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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발만 헛디뎌도 죽을 수 있는 곳에서…아직도 용균이 동료들이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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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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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타들어가는 가슴을 열어서 얼마나 고통 속에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다른 부모들은 나와 같은 일 정말 겪지 않길 바랍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 나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고 김용균씨(24)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몇 번이나 울음을 참고 숨을 골랐다. 김씨는 이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의 ‘재난과 기업윤리’ 세션에 참여해 발언했다.

김씨는 “이 일 전까지는 아주 평범한 아줌마였고, 아이 아빠가 병으로 쓰러져 7년 넘게 혼자 생계를 꾸리느라 먹고살기 바빠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나 제주도 19살 실습생 죽음, 구의역 죽음 같은 일을 접할 때마다 자식 가진 부모 입장이라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며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직접 겪고 나니 그 고통을 같이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일했던 발전소에 대해 “발이라도 헛디뎌 넘어지면 바로 죽을 수 있는 곳이더라”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탄가루가 날려 아수라장 같고, 조금만 부주의해서 옷깃이라도 낀다면 죽음을 당할 수 있는 그곳에서 오늘도 용균이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며 현재 가동 중인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도 멈추고 안전점검을 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또 “나라가 방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아들 목숨을 지키지 못했으니 분명히 이건 정부가 살인을 한 것”이라며 “우리 아들 죽인 사람들이 살인죄로 처벌받게 해달라”고 말했다. 발언이 끝난 뒤 김씨는 결국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토론에 나온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똑같은 일터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안전설비를 하는 일보다 하청 노동자가 죽도록 내버려두는 게 싸다고 기업이 생각하도록 우리 사회가 내버려뒀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만들도록 부추기는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10년 넘게 시화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그동안 느껴왔던 문제는 아무리 정부가 대책을 만들어도 작은 회사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산재가 발생하는 작은 노동현장에까지 대책이 힘을 발휘할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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