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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강릉 펜션 사고]'체험학습 지침' 재검토한다지만...문제는 수능 뒤 '교실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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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교생 3명이 숨진 강원도 강릉의 펜션에서 19일 경찰과 가스공사 직원들이 현장감식과 조사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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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수능 후 여행을 떠났다가 강릉 펜션에서 사고를 당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고3 교실 긴급점검’ 대책을 내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피해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최선을 다해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겠다”면서 학생안전 매뉴얼과 수능 후 고3 교실 전수 점검, 개인체험학습으로 이뤄지는 장기투숙 여행 점검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학생들끼리 여행을 갔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학입시 일정에 매인 고3 교실의 ‘수능 후 공백’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교실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능이 끝난 후인 고3 교실은 대학입시 정시를 치르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곤 사실상 ‘올스톱’되는 상황이라 일선 학교들이 적절한 학사 운영 프로그램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열린 강릉펜션사고 상황점검회의에서 “수능 이후 한 달 여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지 않는지 점검하고, 특히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끼리 장기 투숙을 하는 여행이 있는지 신속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전국 시도부교육감 긴급회의에서도 “각 시도별로 교외 체험학습 현황과 수능 이후 학사관리를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으로 인정하는 체험학습의 범위를 다시 논의하고, 숙박을 해야 하는 체험의 경우 보호자가 동행하게 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개인체험학습 지침에 ‘보호자 동반’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체험학습 지침은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성인 인솔자’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서울시교육청 지침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하지만 체험학습에 보호자가 따라가느냐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 체험학습 명목의 학생 여행이 늘어나는 것은 대입 스케줄에 종속된 고3 교실의 공백 탓이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고3 교실은 뒤숭숭하다. 대입 수시 전형은 대부분 11월말부터 12월초 사이에 끝나고, 정시 모집은 실기를 치르는 예체능계를 빼곤 학교별 고사가 없어 따로 준비할 게 없다. 겨울 방학때까지는 한달 이상이나 남아있다. 이 기간에 체험이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교사들이 정시 진학지도 등으로 바빠 세세히 신경쓰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 기간을 활용해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장이 허가한 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된다.

차라리 수능을 한달 늦추자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실 정상화 차원에서 보면 수능 날짜를 12월로 늦춰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학들이 대입전형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작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을 때도 대학들은 모든 일정을 일주일씩 연기했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수능 후 학사관리 대책을 내실화할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험학습 신청에 대해서도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승인을 재고하고, 학부모나 교사가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락망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성고의 학사 운영 정상화를 최우선하며, 개인체험학습의 문제점이 드러나 개선이 필요하면 교육부와 상의해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숨진 학생들의 장례비를 전액 지원하고, 대성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한 심리상담도 진행하기로 했다.

문주영·노도현 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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