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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살기 힘드니 어쩔 수 없지"…연탄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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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주월동 '월산마을' 10가구 중 3가구 연탄

뉴스1

19일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에 사는 김영우씨(76)가 연탄을 때기 위해 연탄 창고에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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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연탄 때면 불편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어떡해. 살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지."

영하의 찬기운이 맴도는 19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월산마을'. 달동네로 불리는 이곳에 사는 10가구 중 3가구는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마을에 사는 김영우씨(76)는 오후 6시가 되면 번개탄 2개와 연탄 6개를 연탄보일러에 넣고 불을 땐다.

이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아침 6시에 일어나 재가 된 연탄은 포대에 담아 버리고 연탄 4개를 또다시 넣어준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 부부가 6년 전 이사를 온 곳이 월산마을이다. 월세 10만원의 16평짜리 작은 주택을 겨우 구했다. 연탄을 때고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탄을 때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아내의 몸이 불편해 방에 계속 누워있기 때문에 날이 추워지면서 비교적 따뜻한 오후에도 연탄을 계속 때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옆집에 사는 박민례씨(78·여) 역시 연탄을 때고 있다.

박씨는 따뜻한 방에서 잠이 들더라도 항상 깊이 잠들 수가 없다. 연탄불이 언제 꺼질지 몰라 밤새 노심초사하며 잠을 청한다.

월산마을 사람들이 연탄을 때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다. 보일러 설치를 하고는 싶지만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주 연료인 기름과 가스값이 너무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씨는 "번거롭고 불편해도 난방연료 중 가장 저렴한 연탄을 땔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 광주지역 도시가스 보급률이 98.2%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지만 여전히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저소득층으로 분류될 경우 정부에서 '연탄 쿠폰'을 지원받으면서 이를 통해 연탄을 구매할 수 있지만 연탄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이마저도 넉넉치 않은 실정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연탄 쿠폰이 지급되는 가구는 총 653가구로 동구 134가구, 서구 91가구, 남구 128가구, 북구 122가구, 광산구 178가구다.

하지만 2015년부터 연탄 가격이 연평균 20%가량씩 오르면서 구매할 수 있는 연탄의 개수도 줄어들고 있다.

쿠폰으로 구매해 놓은 연탄은 지난 겨울을 보내고 난 후 조금 남았었지만 올해는 겨울이 지나기도 전에 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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