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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가짜뉴스+여론조작 '빅 마우스'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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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집단지성 형성과정의 비밀, 빅데이터로 풀어내다
온라인, 오프라인 집단지성 모두 소수 저자의 독점적 영향력이 증가
규제 없는 지식생성 과정에서 소수의 여론 독점 경향성 우려 -


파이낸셜뉴스

위키백과와 논문, 특허 모두에서 축적된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소수 저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관측하였다. 위키백과 불평등 지수는 0.9 이상으로 매우 높으며, 대부분 0.8 이하의 불평등지수를 보이는 논문이나 특허에 비해서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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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디어 2억 7천만여건, 스코푸스(SCOPUS) 등재 논문 4천만 건, 세계 출원 및 등록 특허 9천만 건의 집단지성을 분석한 결과 위키백과, 논문, 특허 모두에서 축적된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소수 저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관측하였다. 위키백과 불평등 지수는 0.9이상으로 매우 높다. 오랜 기간 위키백과는 전세계 누구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이상향적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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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연구결과 소수 기여자가 거의 독점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새로운 유저는 이런 독점적 유저의 카르텔에 진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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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환경이 가짜 뉴스, 여론 조작 같은 공격에 왜 취약점을 보일까? 인터넷상에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로이 표출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소수의 힘으로 여론을 쉽게 독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과 함께 인터넷 백과사전, 논문, 특허 등의 진화양상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집단지성 형성 과정의 규칙성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또 이를 바탕으로 모든 집단지성에서 지속적으로 소수 기여의 영향력이 커지는 지식의 독점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연구결과는 18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온라인 판에 실렸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두각을 나타내며 인간지성 형성과정의 데이터 기반 분석 시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지식 형성 과정의 장기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데이터가 방대하고 분석이 어렵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소규모의 표본을 통해 전체적인 경향성을 추정하였으며, 전체 데이터의 분석을 시도하지 못했다.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 윤진혁 선임연구원, 경남과기대 교양학부 이상훈 교수,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복잡성이 높은 데이터에서 규칙성을 찾기 위해 복잡계(complex systems) 방법론을 도입, 대규모 집단지성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먼저 273개 언어로 쓰여진 863개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각각의 성장을 측정해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데이터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발견했으며, 신규 기여자의 유입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이러한 현상이 독점의 영향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기여자들 사이의 기여 불평등을 정량화해 불평등 지수(Gini index)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지식이 축적될수록 지식생성의 불평등 지수가 높아졌으며, 소수의 독점적 영향력이 증가해 기여자의 행동을 대부분 지배하는 ‘독점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독점 집단은 집단지성 생성 초기에 나타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독점적 영향력을 미치며, 신규 기여자가 이런 독점 계층에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불평등의 창발 현상을 재현하는 행위자모형 또한 개발했는데, 모형을 통해 지식이 축적될수록 미래의 집단지성 지식독점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예측됐다. 현 상태를 방치한다면 온라인상의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 왜곡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과 특허에서도 독점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과 특허가 많이 발표된 국가들일수록 소수 연구자에 더 의존한다는 것이다. 신규 참여가 더 쉽다고 알려진 인터넷 백과사전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것으로 알려진 논문과 특허에 비해서 더 독점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 또한 발견했는데, 이는 진입장벽과 규제가 없는 경우에 더 쉽게 소수가 독점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경남과기대 이상훈 교수는 “인류가 점점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의 정보를 온라인/디지털 미디어에서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 정보의 형성 및 취득 과정 또한 매순간 모두 기록(digital footprint)으로 남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제는 지금까지 주로 수동적으로 참고해왔던 그러한 정보의 모든 기록을 분석하고 근본 원리를 파악해, 장점은 부각시키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면서 "이번 연구가 그러한 흐름의 좋은 예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KISTI 윤진혁 박사는 “복잡계 과학을 통한 새로운 접근법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지성과 여론형성 과정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현재, 풍성하고 협동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소수의 독점화를 줄이려면 새로운 참여자들의 적극적 활동을 지원하고 독과점에 대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전략공모사업, 신진연구자지원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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