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79.6세' 당진 시골 할머니들의 유쾌한 도전

회춘 유랑단, 충남아마추어연극제서 단체 은상과 무대미술상 수상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자 연극 선봬

당진시 할머니들로 구성된 '회춘 유랑단' (당진=연합뉴스) 회춘 유랑단원들이 연극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무대조명을 돕는 박건우 군 2018. 12. 19 [당진시 제공]

(당진=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평균연령 79.6세의 시골 할머니들로 구성된 '회춘 유랑단'의 유쾌한 도전이 화제다.

충남 당진시 정미면 산성리 노인회 회원으로 구성된 회춘 유랑단은 지난 8일 충남도서관에서 열린 충남연극협회 주관 '제1회 충남아마추어연극제'에서 단체 은상과 무대미술상을 깜짝 수상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원은 최고령 심태진(85) 할머니를 비롯해 성기용(84), 박정식(80), 정월옥(80), 이길자(79), 정정례(76), 손간난(73), 김경숙(72) 할머니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연극의 '연'자도 몰랐던 할머니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당진에서 '문화예술창작소 내숭'을 운영하는 문영미(55) 대표의 역할이 컸다.

정미면 산성리가 고향인 문 대표는 할머니들에게 동네 이웃의 딸 같은 존재다.

그런 딸이 연극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니 할머니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당진시가 지원하는 '2018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알게 된 문 대표가 올해 1월 할머니들에게 연극을 해볼 것을 제안해 회춘 유랑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문 대표와 할머니들은 지난 4월 첫 연습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마을회관에 모여 그림자 연극 '안국사 배바위'를 연습했다.

안국사 배바위는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자 연극이다.

중국에서 한 사람이 난리를 피해 동쪽으로 오던 중 폭풍을 만났다. 마을 어부가 그를 구해 준 것을 계기로 그곳에 정착해 살던 중 배를 만들다 번개가 쳐 그 배가 동굴을 가로막아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은 동굴에 갇혀 죽고 그 배는 바위로 변해 오늘날 안국사지에 있는 배바위가 됐다는 설화다.

단원들은 각자의 배역과 해설을 맡아 연극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산성리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박건우(9) 군이 어르신들을 위해 무대조명을 돕고 있다.

그림자 연극은 해설과 대사를 미리 녹음해 진행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야 했는데, 난생처음 들어보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에 점차 흥미와 재미가 붙었다.

이들의 첫 공식 공연은 지난 7월 정미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문 대표는 "할머니들은 공연이 끝나고 관람석을 떠나지 않고 다른 팀의 공연을 다 본 뒤 1등을 하지 못해 아쉬워했다"며 "할머니들의 유쾌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회춘 유랑단은 충남교육청의 창의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교육극'이란 주제로 내년에도 무대에 서게 된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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