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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민간인 사찰 대 개인 일탈…방어에 진 뺀 청와대의 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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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특감반원 주장에 “문 정부 유전자에 ‘사찰’ 없다” 반박

청 ‘관리 책임’ 못 면해…국무회의 ‘특감반 쇄신안’ 의결



경향신문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8일 춘추관에서 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김모 반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며칠은 정권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 한 명이 어떻게 국정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시간이었다. 오랜 기간 ‘음지에서’ 국가권력의 작동에 관여했던 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김모씨의 ‘민간인 사찰’ 프레임에 대응하느라 청와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김씨 주장에 대한 해명을 몇 차례 바꾸는 등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매끄럽지 못해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민간인 사찰’ vs ‘개인 일탈’

조선일보는 18일 전직 고위공직자 및 가족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특별감찰반이 가상통화 보유 정보를 수집했다는 김씨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에 대한 민정수석실 차원의 사찰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에 국정원의 정보요원을 철수시키고 국내정보 수집 업무를 금지시켰다”며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민간인 사찰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김씨가 문제 삼은 첩보 수집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김 대변인은 지적했다. 또 전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정보 수집은 지난해 말 가상통화 열풍이 정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때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민정의 업무에 부합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사태의 본질은 김씨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자신의 5급 승진 자리를 알아본 데 이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지인에 대한 수사 상황을 직접 알아봤으며, 대가성이 의심되는 골프 접대를 받았다. 검찰은 김씨 골프 접대가 향응 수수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날 골프장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 청와대 관리책임은 없나

그럼에도 청와대가 소속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이명박 청와대에서 일했던 김씨를 애초 특감반원으로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분야의 유능한 인사를 소속 기관에서 추천받아 특감반을 구성했는데,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씨가 때론 과거 정부 때처럼 민간인과 관련한 정보도 수집해오곤 했는데, 특감반 상급자가 그것을 제지하며 점차 교정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수 특감반원들은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에 따라 업무원칙을 준수하며 성실히 근무하였다”고 했다.

특감반 운영 방식과 규모도 소상하게 드러났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특감반장, 대검 범죄정보과 출신 특감반 데스크, 검찰 수사관 4명, 경찰 수사관 4명 등 10명 규모로 구성돼 주로 외근을 하며 3~4차례 데스킹 과정을 거쳐 첩보 보고서를 상부에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상통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삼성반도체 직업병 보고서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현안이 생기면 첩보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사생활도, 공적인 사안과 관계 있는 민간인도 감찰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고위공무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국내담당관(IO)의 보고를 폐지한 상황에서 특감반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특감반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감찰반’으로 이름을 바꾼 특감반의 반장과 반원에 법령 준수, 업무상 비밀 준수 의무 등이 새롭게 부여됐고, 징계 절차도 규정됐다. 감찰반 운영의 세부사항을 규정한 21개 항 업무내규에는 감찰 개시 전후 보고 의무, 부당한 지시 거부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업무내규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감반 활동 방식의 기밀성”을 이유로 들었다.

손제민·유희곤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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