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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독한 천재’ 신화는 버려라…창조성은 파트너십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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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둘의 힘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 박중서 옮김 | 반비 | 504쪽 | 2만2000원

"에디슨은 천재가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누구의 영감과 누구의 땀이란 말인가?"

우리 사회에서 ‘고독한 천재’에 대한 집착은 매우 뿌리 깊다. 하지만 심리학 분야를 20여 년간 연구해온 저널리스트 조슈아 울프 솅크는 창조성이란 특별한 한 사람의 내부에 숨어 있는 재능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2인조’ 혹은 ‘한 쌍’은 가장 깊이 있지만, 동시에 유동적이고 유연한 관계다. 한 사람은 너무 외롭고 결핍되어 있고, 세 사람은 너무 안정적이어서 창조성을 질식시킬 수 있는데 반해, 두 사람은 충분히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면서도 역동적이다. 이는 복잡성 이론과도 유사한데, 모든 유기적인 생명체와 인공적인 작업물에서 혁신을 일으킨 시스템을 조사해보면 항상 두 가지 힘 사이의 상호작용이 기본 패턴으로 존재한다.

책은 창조성(창조적 관계)의 잉태부터 소멸, 혹은 사후에 이르기까지 전체 메커니즘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창조적인 한 쌍이 만나는 다양한 방식들을 일종의 공식으로 보여주고, 서로 만나서 끌리게 된 한 쌍이 어떻게 ‘의미 있고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지 이야기한다. 창조적인 두 사람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서로 간의 거리를 줄였다 늘였다 하면서 관계를 증폭시키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다.

가령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은 서로의 노래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곡을 썼다. 존 레넌이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를 쓰면 폴 매카트니가 ‘페니 레인’을 쓰는 식이다. 얼핏 경쟁하는 것 같지만, 이는 선의의 경쟁이었다. 그로 인한 보상은 결국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었으니. 폴 매카트니는 "이런 식으로 우리는 항상 더 나아지고, 다시 또 나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고독한 천재를 숭앙하는 문화로 인해 공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대개 여성과 흑인 등 약자들이었다. 라이너스 폴링이 1962년에 평화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정작 남편을 그 운동으로 인도한 아내 에이바 헬렌 폴링은 외면당했고, 현대 심장 수술을 개척한 천재 기술자로 평가되는 비비언 토마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병원 서류에서 몇 년간 수위로 분류됐다.

학교에서 보는 시험과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연봉 순위, OO 경영전문지 선정 ‘가장 창조적인 사업가 순위까지, ‘한 사람의 천재’에만 집착하는 문화가 익숙한 우리로선 상호의존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천재적인 화가 미켈란젤로도 시스티나 성당의 그림을 동료, 조수들과 함께 그렸다. 팝 가수 저스틴 비버와 베스트셀러 작가 도리스 컨스 굿윈 등 우리 시대 스타들 역시 혼자가 아닌 여럿이 창작한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무한대가 되는 창조의 진리를 알고 싶다면, 진정한 협업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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