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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설] 있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됐다'는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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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정식으로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한 건설업자가 어떤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우 대사 1000만원 수수'를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 대사 건을 정식으로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는 것이다.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우 대사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한 다음 날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허위'라면서 그 근거로 "검찰이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토록 강조한 검찰 수사는 정작 있지도 않은 것이었다. 청와대가 알면서 거짓말을 했거나 의혹을 덮는 데 급급해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일단 부인하고 본 것 둘 중 하나다. 어느 경우든 심각한 문제다. 그래놓고 비서실장부터 수석, 대변인이 총출동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 운운하며 도리어 공격을 했다.

청와대가 납득할 수 없거나 오락가락한 해명을 내놓은 것은 이뿐만 아니다. 특감반이 전직 총리 아들, 민간은행장 등 민간인 정보를 수집했다는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불순물이어서 바로 폐기했다"고 했다가 잠시 뒤 "정책보고서를 위한 로 데이터(기초 자료) 수집"이라고 말을 바꿨다. 민간인 동향 문건 생산 주체에 대해서도 "은행장 관련 사안만 김 수사관이 했고 총리 아들 건은 다른 직원이 했다"고 했다가 "두 건 모두 김 수사관이 한 게 맞는다"로 정정했다.

청와대는 특감반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항철도 임직원 비위 첩보 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감반장이 (민영 기업인) 공항철도를 공기업으로 잘못 알고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공직자에 대한 감찰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감반의 수장이 직무상 규정된 감찰 대상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참으로 어이없는 해명이다. 청와대는 관련 보도에 대해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없었으므로 민간인 사찰과 무관하다"며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정부는 폐기된 문건 한 개를 들고 '쿠데타 기도'라며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전 특감반원이 폭로한 내용이 전 정부 것이었으면 '국기 문란'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 정부 유전자에 '사찰'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로남불'이 들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 정부의 '십상시 문건' 파문이 불거졌을 때 "문건에 근거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난하고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에게 죄송스러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김 수사관의 비위를 캔다며 골프장 7~8곳을 압수 수색했다. 남은 비난하고 자기 문제가 되면 정권의 충견을 동원해 입을 막으려 한다면 그 역시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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