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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김태우 '1계급 특진' 주장에…조국 "비위 혐의자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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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회식 때 언급

盧정부 인사, 비트코인 조사 지시

야당.언론사 동향보고도 했다"

"이번 주,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18일 늦은 밤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뱉은 첫 마디다.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검 감찰조사가 수사로 전환된 상황에서 자신의 신변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걸 짐작하는 듯한 말투였다.

김 수사관과 처음 통화했던 지난 5일 그는 "억울하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지금은 (대검찰청) 감찰을 받고 있어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다”며 비교적 담담히 말했었다. 그러나 2주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접한 김 수사관의 목소리엔 많은 떨림이 묻어났다.

중앙일보

청와대는 18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이 특감반장은 최근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직속상관이다. [중앙포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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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치인·언론사 동향도 보고"
김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도 작성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직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할 수 있다.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 개입과 사찰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 수사관은 이런 내용을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는 문서 형태가 아닌, 보안 유지가 잘되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저는 보고서를 바로 쓰지 않는다"며 "보고를 한 뒤 (특감반장이) '오케이'하면 쓴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보고는 "수도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야당 정치인 및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가 포함돼 있느냐"고 다시 한번 확인하자 김 수사관은 단호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다만 정치인의 구체적 이름이나 첩보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형철 비서관이 1계급 특진 언급…'수석님' 지시라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자신이 작성한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의 암호화폐 관련 동향 보고의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광풍이 불 당시 이를 잠재우기 위해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나 암호화폐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다"며 "'수사가 이뤄져 비트코인 업체를 처벌할 수 있을 만큼 되면 1계급 특진을 해준단다','수석님 지시다. 수석님이 1계급 특진을 해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이 암호화폐와 관련해 정보를 수집한 인사들은 당시 대부분 민간인 신분이었다. 이를 두고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인력·자금을 지닌 국정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다. 그래놓고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들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지 상식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입장에 김 수사관은 "그렇다면 민정 비서관실을 통하면 된다"며 "특감반은 감찰을 하는데, 특감반에 그걸 시키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불법 증거로 불법 감찰…독수독과"
김 수사관은 자신에 대한 감찰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독수독과"라고 주장했다. '독수독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의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학 이론이다.

김 수사관은 자신에 대한 감찰의 시작이 된 배경은 알려진 대로 자신의 경찰청 특수수사과 방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인 사건을 조회해 경찰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언론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첩보 쓴 내용이 언론에 기사로 나오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직속 상관인 사무관(특감반 데스크)에게 보고하니 '성과를 정리해서 보고해야 하니까 네가 잘했던 것들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경찰청을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도 하지 않고 경찰에 (사건 정리) 표를 줬다"며 "지인 사건을 조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이 오해했는지 내가 지인 사건을 조회했다고 반대로 (청와대에) 이야기해버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특감반은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아 포렌식 분석에 들어갔다. 김 수사관은 오해가 금방 풀릴 것으로 생각해 '경찰청 방문' 건에 한해서만 조회하는 것으로 동의하고 휴대전화를 넘겼다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며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에서 드러난 '골프 향응 접대' 등의 의혹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경찰청 조회 건 외에 다른 부분은 내가 동의하지 않은, 불법 증거 자료에 의한 불법 감찰이다. '독수독과'다"고 말했다.

"박형철·이인걸에게 속았다"
김 수사관은 직속 상관이던 박형철 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두 사람이 휴대전화 임의 제출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원래 휴대전화를 제출 안 하려고 했다"며 "이인걸 반장이 억울함만 풀리면 바로 복귀시켜준다고 말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형철 비서관도 나를 보고 '살아만 와라. 나 너 좋아하는 거 알지?'라고 말해 그 말을 고스란히 믿었다. 완전히 속았다. 너무 분하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수사관은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공익을 위해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9일 중앙일보에 “비위 혐의자의 말을 그대로 싣는 것이 어디 있느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조 수석은 “1계급 특진이란 말을 한적이 없다”며 “김태우 수사관이 직접 들은 얘기도 아니고 건너서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우 수사관 자기가 잘못해놓고 동료를 팔고 이인걸 전특감반 반장을 겁박하고 이런 꼴은 더 이상 못 본다”고 전했다.

김기정·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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