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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중고 샤넬백, BTS 한정판 팔아요…‘빈테크’ 앱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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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버전 벼룩시장 앱 인기

중고물품 거래에 여러 안전장치

불량품, 바가지, 돈 떼일 걱정 없애

1000만 다운로드 돌파 ‘번개장터’

후기 확인 쉽고, 톡으로 바로 문의

‘당근마켓’은 주로 동네 직거래

‘중고나라앱’은 회원 공동구매도

“판매자에게 송금했는데 연락이 두절되면 어쩌지?”

“중고 시세보다 비싸게 주고 사면 어쩌지?”

“택배로 받은 중고 물품 상태가 별로면 어쩌지?”

기자가 수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할 때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걱정 몇 가지가 있었다. 중고임을 고려하더라도 물건 상태가 심하게 안 좋거나, 바가지 가격을 씌우거나, 돈만 꿀꺽하고 잠적하는 전문 사기꾼을 만날 가능성은 늘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근 늘고 있는 중고마켓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걱정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번개장터·당근마켓·중고나라·헬로마켓은 국내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인기 중고마켓 앱들이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중고마켓 앱으로 출시된 번개장터는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다. 한 달에 번개장터에 등록되는 중고거래 물품은 약 150만개, 이곳에서 발생하는 월 거래액은 270억원이다. 번개장터는 네이버가 인수했던 ‘퀵켓’과 카카오가 인수했던 ‘셀잇’이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나와 합병되면서 만들어졌다.

중앙일보

중고마켓 앱에서 거래되는 주요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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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는 사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간편 결제 서비스 ‘번개페이’와 개인간거래 전용 보험 ‘번개보험’ 등을 도입했다. 번개페이란 거래 대금을 번개장터 측에서 맡아뒀다가 배송이 완료된 후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서비스다. 판매자가 ‘돈만 받고 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번개장터 속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번개보험’에 가입해 도난·파손·피싱 등의 사기를 당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물품을 거래할 때마다 가입할 수 있는 이 보험은 상품 가격의 2.4%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판매자들과 과거에 거래한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중고마켓 앱의 장점이다. 판매자 프로필을 클릭하면 바로 아래에 후기가 모두 나온다.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내 연락처를 섣불리 공개하거나 상대방 연락처를 물을 필요도 없다. 번개장터내 ‘번개톡’을 이용하면 모바일 메신저처럼 판매자에게 궁금한 걸 바로 물어볼 수 있다.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지향한다. 서비스를 만든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모두 카카오 출신이다.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 위주로 거래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만나서 물건을 확인하고 지불하는 ‘직거래’가 활발하다. ‘맘카페’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장난감, 여성 의류, 유아동복이 인기가 많다. 당근마켓에는 지역 기반 과외, 아이돌보미, 강아지 산책 아르바이트 같은 구인·구직 연결 서비스도 있다. 지역 기반이라 특정 지역의 중고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퀄(고퀄리티)’이란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소프트뱅크 벤처스로부터 45억원을 투자받았다.

중고나라 앱은 회원 수가 1700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시작됐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하며 IT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회원제 공동구매, 중고차 거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은 앱보다는 기존 네이버 카페에서의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번개장터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가장 많이 거래된 아이템 순위를 보면 아이돌그룹 팬 등을 위한 굿즈(연예인 상품)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 3000원짜리 햄버거 기프티콘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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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마켓 앱에서 거래가 활발한 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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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래가 활발한 물품은 방탄소년단·워너원·갓세븐 등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굿즈였다. 대부분 시중에서 더는 구매할 수 없는 한정판 제품들이라 중고마켓 앱에서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중고마켓 앱을 10~20대 연령대가 많이 사용하는 것도 굿즈의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굿즈 중에서도 아이돌 멤버들의 한정판 사진이 들어있는 CD 앨범, 공연장에 갈 때 꼭 필요한 LED 응원봉, 포토카드 등은 찾는 이가 많다.

백만원 단위로 판매되는 명품 가방도 중고마켓 앱의 인기 아이템이다. 사용하던 제품일 경우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려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 판매자들은 기스가 있거나 주름진 곳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이 정도 상태의 제품인 것을 감안하고 구매하라’는 뜻이다. ‘에르메스 가방’이 20만원, ‘프라다 가방’이 15만원인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싼 명품 가방은 모조품일 가능성이 있다. 구매자도 짝퉁인걸 알고 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거래 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의류 제품들은 판매자가 직접 입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바닥에 내려놓고 찍은 것보다, 입고 찍은 제품들이 조회수가 높다.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 수 있고, 구김 등이 잘 안 보여 사용감이 덜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고마켓 앱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앱에서 새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상인들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도 인기 거래 품목이다. 스타벅스·버거킹·베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들이 인기다. 중고 거래인만큼 대부분 10~20% 저렴하게 판다.

중고마켓 플랫폼이 뜨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오퍼업(미국), 카로셀(싱가포르), 메루카리(일본), 좐좐(轉轉·중국), 퀴커(인도) 등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들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이어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중고마켓 앱의 인기를 일컬어 ‘빈테크(貧-tech)’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이 중고 물품을 팔아서 여윳돈을 마련하는 재테크 방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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