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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밀착카메라] 노숙인 "차라리 텐트로"…외면받는 '보호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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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기에도 안 좋고 교육에도 안 좋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 노숙인들 보호시설에 대한 주민들 반응입니다. 이렇게 밀려난 노숙인들도 보호시설보다는 거리의 텐트에서 살겠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용산역사와 맞은편 전자상가를 잇는 구름다리입니다.

다리 아래 공터 수풀 사이로 텐트가 하나 둘 보입니다.

누가 설치해 둔 것인지 내려가봤습니다.

역 아래로 내려왔지만 들어가는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막혀 있고, 그나마 하나 통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쪽에 와보니까 바닥에 길이 나있습니다.

누군가 계속해서 이 길을 오간다는 얘기 같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바로 저쪽에, 아까 봤던 텐트가 모여있습니다.

이곳은 집 없는 노숙인 20여명이 생활하는 '텐트촌'입니다.

[텐트 거주민 : 한 10년 좀 넘었죠. (10년도 더 된 거예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저는 중간쯤에 내려와서 4~5년밖에 안 됐으니까…]

텐트촌 한켠에는 이렇게 빨래들을 널어놨습니다.

이쪽에는 종이상자를 모아놨는데, 아예 이것들을 덧대 만든 보금자리도 이쪽에 보입니다.

그런데 안이 휑하니 비쳐 보여서 추위를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쪽에 텐트를 보면 역시 천이 그렇게 두꺼워보이지는 않습니다.

안쪽을 비춰보면 이부자리는 마련돼있고 버너도 있는데, 오래돼서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텐트가 사실상 집이지만 모두 불법입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텐트를 치우지 않으면 강제조치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였고, 이들에게 노숙인 시설이나 임시 거처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텐트촌을 떠난 사람은 단 1명도 없습니다.

[텐트 거주민 : 여기서 우리가 눌러살 수는 없어요. 언젠가는 나가야죠. 불법인 건 아는데…]

이들이 보호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텐트 거주민 : 단체생활도 해야 하고 여기처럼 왔다 갔다 하는 자유도 없고…]

이번에는 서울역입니다.

이곳 인근 지원센터 상담사들이 매일밤 이렇게 노숙인을 찾아 시설 입소같은 각종 서비스 이용을 권하는데요.

오늘(18일)은 저희 취재팀도 함께해보겠습니다.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합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사 : 안에 들어가서 주무실 생각은 없으세요? (…여럿이? 여럿이선 못 자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사 : (핫팩) 추울 때 붙이세요. 양말은 안 젖었어요?]

결국 방한용품만 건네주고 입소 설득에는 실패합니다.

보호시설을 거부하는 것은 노숙인들만이 아닙니다.

+++

부산진역 인근 무료급식소입니다.

매일 식사 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섭니다.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 절반이 노숙인입니다.

10년 넘게 텐트와 조립식 건물로 유지되던 곳인데, 최근 새 건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진역에서 5분 정도 걸어왔습니다.

이 안쪽 공터로 무료급식소가 옮겨 오는데요.

주민 반대로 부지를 한 차례 옮긴 끝에 착공은 했지만 반대가 여전합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 등굣길과 겹친다고 우려합니다.

[인근 주민 : 미관도 안 좋은 데다 어린애들 보면 안 좋은 환경 교육이 되잖아요.]

부산시는 1층은 무료급식소로, 2·3층은 주민 편의 시설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근 주민 : 왜 하필 동구냐고. 공기 좋은 데 저 금정구고 저기고 많이 있는데…]

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노숙인은 서울에만 300명 이상, 전국 2000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설 확충보다는 체계적인 관리가 우선이라고 지적합니다.

[여재훈/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 의식주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서부터 의료적인 서비스, 주거 지원이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동시에 제공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는…]

지난 한 해 동안 숨진 노숙인 185명을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자활 의지만을 탓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고민할 점도 적지 않아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원진)

(인턴기자 : 박지영)

박민규, 공영수, 김진광, 이승창, 최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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