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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왕릉에 묻힌 이, 별자리 보며 영원을 꿈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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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아라가야릉 덮개돌에 남두육성 등 ‘125개 별자리’

무덤 내부 붉은 안료로 채색

‘수도 방위’ 군부대터 확인도

경향신문

아라가야 왕릉 무덤으로 추정되는 함안 말이산 13호분 덮개돌에서 확인된 성혈.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등 별자리가 선명하다. 특히 궁수자리 안의 남두육성이 눈에 띈다. 남두육성은 동양에서 생명과 태양을 의미한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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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인들이 바라본 봄철 남쪽 하늘의 별자리는 어땠을까. 아라가야 왕릉으로 알려진 경남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제515호)에서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또 이 고분에서 2㎞ 떨어진 아라가야 왕궁터에서는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부대시설이 확인됐다.

말이산 13호분을 발굴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18일 “붉게 채색된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 석곽묘)의 벽면과 125개의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덤 내부는 온통 붉은색 안료로 칠한 채색고분이었다. 특히 무덤의 덮개돌 안쪽에 새겨진 성혈(星穴·별자리를 새긴 흔적)이 주목된다. 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별자리가 무덤 안 천장에 잘 짜여 흐트러짐 없이 구현된 것으로 보아 무덤 축조 당시 기획되었을 가능성이 짙다”고 밝혔다.

무덤에 별자리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예는 각저총과 무용총 등 고구려 고분벽화를 들 수 있다. 새겨진 별자리 125개 중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별자리는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등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별자리는 남두육성이다. 서양 이름인 궁수자리에 속한 6개의 별을 동양에서는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해서 남두육성이라 일컫는다. 북두칠성은 하늘과 죽음을, 남두육성은 땅과 생명을 각각 의미한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교수(민속학)는 “5~6세기 아라가야 사람들이 생명이 만발하는 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전갈자리·동양의 청룡 별자리)를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규 조사단장은 “무덤 벽면의 붉은 채색과 태양, 생명을 뜻하는 남두육성이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면서 “확인된 별자리는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성혈, 즉 별자리를 새겨놓은 말이산 13호분의 5번 덮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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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산 고분에서 2㎞ 떨어진 아라가야 왕궁터에서는 망루와 창고, 고상건물, 수혈건물, 집수지 등 특수목적 건물터 14개동이 확인됐다.이 건물군은 가운데 빈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배치돼 있었다. 이 중 대형인 7호 건물터의 내부에서는 다량의 쇠화살촉과 작은칼, 말발걸이 등 주로 무기류가 발견됐다. 안에 부뚜막 등 조리시설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기창고로 추정된다. 다른 건물터에서는 부뚜막과 함께 쇠화살촉과 쇠도끼, 비늘갑옷편, 토기받침, 손잡이잔 등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의 군대 내무반이라 할 수 있다. 또 왕성을 지키는 망루와 강당터로 유추할 수 있는 대형건물지도 보였다. 출토 토기는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으로 편년된다.

이 유적을 발굴한 강동석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실장은 “일반적인 집자리나 건물지에서는 출토되지 않는 유물이 다수 출토됐다”면서 “이곳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 거주한 시설”이라고 추정했다. 아라가야는 가야연맹체의 중심국으로서 위상을 떨쳤다. 4세기 말까지는 구야국(금관가야)과 함께 전기 가야연맹의 양대세력으로, 5세기 후반부터는 대가야를 중심으로 재편된 후기 가야연맹체에서 남서부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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