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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3명 사망 '강릉 펜션' 참사, 가스 누출 가능성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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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릉(강원)=최민지 기자, 김영상 기자, 최동수 기자, 이동우 기자, 방윤영 기자, 이영민 기자] [(종합2보)"펜션 보일러 가스 배관통이 분리돼 가스 셌을 것"… 부상자들은 상태 호전 중]

머니투데이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개인체험학습에 참여한 고등학교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던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수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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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개인체험학습을 떠난 고 3 수험생 3명이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는 소방 관계자의 말에 따라 가스 유출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펜션 보일러 가스 배관통이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 학생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능 이후 수업일수 때문에 형식적인 등교를 하고 있는 고3 학생들의 생활지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과 경찰 당국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 12분쯤 강원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수험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이들 10명은 수능 시험 후 학교에서 ‘개인체험학습’ 명목으로 학교의 허락을 받고 부모 동의 하에 친구들끼리 강릉으로 떠난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3시쯤 2박 3일 일정으로 해당 펜션을 찾았다. 당시 펜션 주인은 인솔자가 없는 점을 이상히 여겨 피해 학생 중 한 명의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학생들을 최초로 발견하고 신고한 것은 펜션 주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구조대원이 간이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ppm이었다. 사고가 난 해당 펜션 201호는 복층 구조로 돼 있으며 아래층에서 6명, 윗 층에서 4명이 발견됐다. 펜션 주인은 1층에 있던 주인은 학생들의 소리를 이날 오전 3시까지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 학생들은 지난 17일 오후 7시40분쯤 저녁으로 바깥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펜션 주인이 ‘10명의 학생들이 보호자 동의하에 숙박을 했는데 확인해보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의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방에는 구토한 흔적이 있었고, 사망자를 포함한 학생들은 모두 △강릉아산병원(6명) △동인병원(2명) △고려병원(2명)으로 이송됐다.

사고 원인은 펜션에 설치된 보일러에서 문제가 가스가 세어 나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사고가 난 해당 펜션 201호는 유일하게 베란다에 보일러실이 설치된 방이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보일러 연통이 (몸통과) 떨어져 있던 부분을 확인했다”며 “가스 누출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노후보일러의 경우 보일러의 배기가스 연통이 분리되면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머물러 발생하는 중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이렇게 유출된 일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흡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 1400ppm 정도를 20~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흡입했을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농도의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어지러움·메스꺼움 등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데 참변을 당한 학생들은 고농도가 아닌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흡입해 자각하지 못하다가 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상자들은 차츰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 강희동 강릉 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학생들이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 의식이 약간 호전되는 추세를 보인다”며 “부상 학생 가운데 한 명은 챔버 안에서 자기 이름을 말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강릉아산병원에는 사망자 1명과 부상자 5명 등 총 6명이 이송돼있다.

부상자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화탄소 정상 농도는 3% 미만이고 담배를 피우면 5% 정도로 상승한다. 강 센터장은 “응급센터에서 사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지만 지연성 뇌 손상, 보행장애, 수면장애, 의식저하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사건 소식을 접한 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교육부는 상황점검반을 구성했고,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시교육청상황본부’를 가동했다.

강릉(강원)=최민지 기자 mj1@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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