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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확인해봄] '벌써 1년'.. 무작위로 확인한 '휴지통 없는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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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화장실에 휴지 더미가 버려져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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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역에서 휴지통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지 곧 1년이 됩니다. 지난 1월부터 공중화장실 칸막이 내에 휴지통을 둘 수 없게 관련법(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바뀌었는데요. 지난 2015년부터 5~8호선 지하철역 화장실에 휴지통을 배치하지 않았던 서울교통공사도 변화에 발맞춰 1~4호선에 확대 적용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남자 화장실은 지난해 8월부터, 여자 화장실은 같은 해 9월부터 칸 내 휴지통을 없앴습니다. 악취를 줄이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정책은 신설된 북한산우이 경전철에도 도입됐습니다. 세면대 옆에는 일반 휴지통을 비치했고, 여자 화장실은 휴지통 대신 위생용품 수거함이 설치됐습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스몰 데이터의 가치를 찾아나서는 ‘확인해봄’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 지하철역을 돌며 무작위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확인해봤습니다. 여자 화장실 촬영은 같은 팀 여자 후배가 고생해줬습니다.

■빵·외투·속옷까지... 휴지 조각은 양반

이번에 확인한 지하철 화장실은 건대입구역, 공덕역, 노원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사가정역, 사당역, 서울역, 수유역, 신설동역, 어린이대공원역, 약수역, 역삼역, 영등포역, 을지로4가역,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종로3가역, 합정역, 홍대입구역입니다. 모두 스무 곳이네요.

영상에는 여러분의 시각적인 행복을 지켜드리기 위해 지나치게 지저분한 장면을 제외한 10곳을 추렸습니다. 참고로 공중화장실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용 화장실과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칸에는 휴지통을 설치할 수 있고, 서울교통공사 소속이 아닌 지하철 9호선은 칸막이 안에서 휴지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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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역 화장실에 포장이 채 벗겨지지 않은 빵이 놓여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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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시행된 뒤 "악취가 많이 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50대 주부 A씨는 "아직도 휴지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냄새가 많이 안 난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학원생 B씨는 "휴지통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악취를 맡게 되는데 그런 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죠.

하지만 그림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장 의아했던 곳은 약수역입니다. 누군가가 포장된 빵을 버리고 간 거죠. 하나는 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외투와 속옷이 발견된 화장실도 있습니다. 바닥에 휴지 더미가 버려진 곳은 다반사였고, 노원역 아동용 변기는 휴지로 가득 찼습니다. 을지로4가역 장애인용 화장실은 휴지통이 쓰러져 있고, 각종 비닐과 쥐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일부가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하는 건 남녀노소 불문인가 봅니다.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위생용품 수거함은 쓰고 난 휴지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닥에도 휴지가 나뒹굴고 있었죠. 남자 화장실이든 여자 화장실이든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곳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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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 남자 화장실 내부에 음료수 캔과 휴지가 버려져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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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여자 화장실 내 위생용품 수거함이 쓰고 버린 휴지로 가득하다. 사진=양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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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안다”.. 성숙한 공중화장실 문화 찾는 과정

지난해 10월 피키캐스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6.9만 명 중 65.2%인 4.5만 명이 ‘휴지통 없는 화장실’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30대 직장인 C씨는 “잘 지켜지는 곳은 확실히 깨끗하고 냄새도 덜 난다. 잘만 지켜지면 좋은 제도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40대 자영업자 D씨는 “어차피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휴지통이 있건 없건 바닥에 버리는 사람은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0대 여성 E씨는 “위생용품 수거함이 휴지통이나 마찬가지다. 분비물이 묻은 휴지는 제발 버리고 물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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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화장실은 안녕하십니까?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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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대다수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성숙한 공중화장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아직 아쉬운 장면이 많이 목격됩니다. 대학생 F씨는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도기가 필요하다”며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1년. 여러분이 이용하는 화장실의 오늘은 어떠신가요?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보다 더 쾌적한 화장실을 만드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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