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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위기의 프로농구, 겨울 스포츠 자존심 되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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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전자랜드 김낙현이 9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8-19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와 부산KT의 경기에서 전력질주를 펼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배구에 겨울 스포츠 왕좌를 내준 프로농구에 탈출구가 있을까.

각 구단 감독 뿐만 아니라 농구 팬들도 “슈퍼스타가 등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선수들이 단순히 한국프로농구(KBL)을 대표하는 선수가 아닌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의미다.

코트 열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17일 현재 팀당 22~24경기를 소화해 반환점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중위권 싸움은 혼전 그 자체다. 초호화멤버로 구성한 울산 현대모비스가 역대 최소경기(23경기) 20승 고지를 밟으며 우승후보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고 약체로 꼽혔던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케이티가 0.5경기 차로 치열한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4위 창원 LG부터 공동 8위 원주 DB까지 3경기 차로 물려 있어 중위권 순위다툼이 어느 시즌보다 치열하다. 허웅(원주 DB), 이동섭, 김준일(서울 삼성), 이승현(고양 오리온) 등 하위팀 선수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중위권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순위 싸움만 놓고보면 농구팬의 흥미를 끌 요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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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경기가 2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렸다. 현대모비스 이대성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114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경기당 평균 2638명이 체육관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기간 2783명보다 더 떨어졌다. 2011~2012시즌 133만 3861명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타던 관중 수 는 2016~2017시즌 1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하더니 지난시즌 76만 명 대로 급감했다. 프로농구가 70만 관중에 그친 것은 1998~1999시즌 이후 20년 만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떨어진 71만 2260명이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질적인 프로 원년이었던 1997~1998시즌의 75만 403명 보다 적은, 그야말로 흥행 참패 수준이다.

농구의 인기가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력 저하다. 특히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하다. 득점과 리바운드 상위 5걸 안에 국내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라건아(현대모비스)가 득점 1위(14.90점) 리바운드 4위(24.43·이상 경기당 평균)에 이름을 올린 것을 위안 삼아야 할 상황이다.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을 200㎝ 이하로 규정하다보니 토종 빅맨들의 블록슛이 다소 증가한 정도다.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프로 선수라면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외침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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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국민은행 박지수가 경기 후 팬들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한 농구관계자는 “배구는 꾸준히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하면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여자프로농구(WKBL)는 청주 국민은행 소속인 박지수가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루키 시즌을 치르고 돌아오자 그를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관중이 늘었다.(지난시즌 대비 25% 증가)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슈퍼스타가 등장하면 팬들의 관심도 뿐만 아니라 농구를 하려는 청소년도 증가한다. 흥행과 저변확대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열악한 아마추어 현실을 고려하면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상위 리그로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유 감독은 “프로에 와서 없던 잠재력이 폭발하는 선수가 있겠는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능성을 드러내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다. 어릴 때부터 경쟁을 뚫고 프로에 입단했다고 해서 모두가 1등은 아니지 않나. 프로에 와서도 팀 뿐만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이대성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숙소에 도착해도 다음날 새벽부터 전날 경기에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을 한다. 그 정도로 노력하기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성은 지난해 미국프로농구 NBA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해외진출을 가슴에 품고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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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선형이 30일 2018-19 프로농구 서울SK와 안양KGC의 경기에서 KGC 양희종을 따돌리며 레이업슛을 날리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BL도 팬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식일 때가 많다. 슈퍼스타를 만들기 위한 스토리 발굴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 떠난 팬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겨울 스포츠의 지존’이라는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KBL만의 문화, 스타일,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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