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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살아 움직이는 동상과 칼싸움…AR게임 체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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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실현 어디까지 왔나

게임구역 전체를 3D 모델링하면

현실 속 지형지물 움직일 수 있어

맞아서 통증 느끼는 건 불가능

물고기가 떠다니는 게임은 출시

홀로그램 활용 AR 내비도 개발 중

중앙일보

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나오는 AR게임 장면.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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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그라나다의 한 광장. 어디선가 포탄이 날아와 건물에 부딪히자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무사 동상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수십 미터 아래로 뛰어내린다. 길고 묵직한 칼을 휘두르던 무사가 거리에 주차된 차량에 올라서자 앞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휘두른 칼에 맞자 팔에선 붉은 피가 뚝뚝 흐른다. 눈앞에는 ‘치명적 일격을 당했습니다. 당신은 나사르 왕국의 전사에게 죽었습니다’라는 글자가 지나간다.

지난 1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한 장면이다. 흥미진진한 증강 현실(AR)게임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덕분에 첫 회 시청률 7.5%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다. AR은 현실 세계 위에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 함께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드라마 속 게임은 AR기술을 활용해 압도적 몰입감을 선보인다. 게임용 스마트 렌즈를 끼면 게임 속 캐릭터와 싸우는 건데 타격감이 느껴지고 현실 속에 있던 차량이 게임 속에서 부서진다. 실제 이 같은 체험이 현 시점에서 가능한 걸까.

증강현실 연구자들은 드라마 속에 나온 일부 설정은 가능하지만, 상당수는 아직 어렵다고 말한다. 일단 게임 속 세계에서 현실 세계에 있는 지형지물을 움직이게 하는 부분은 가능하다. 물론 게임을 하는 구역 전체를 3차원 모델링을 미리 해놓는다는 전제에서다. 이덕우 계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일일이 모든 사물에 대해 미리 영상처리 작업을 해놓는다면 해당 구역에 게이머가 들어간 순간 사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은 할 수 있다”며 “다만 렌즈와 귀에 끼는 장치만으로 진짜 실감 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안경형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에 존재하는 차량이 게임을 통해 부서진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없애는 것은 더 어렵다. 보조 기구 없이 렌즈만으로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다. 게임 속에서 눈으로 보이는 칼을 손에 쥘 수는 있지만, 촉각을 느끼게 할 수는 없고 게임 속 캐릭터와 싸울 수는 있지만 맞았다고 진짜 통증이 느껴지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있는 현실 세계를 지우거나 바꾸는 매개 현실(mediated reality) 기술은 더 연구가 진행돼야 하는 분야”라며 “드라마에는 상상력이 많이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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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협업 서비스 스페이셜을 이용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얘기할 수 있다. [사진 스페이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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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준까진 아니어도 AR 서비스와 제품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인 공학자 이진하(31)씨가 뉴욕에서 창업한 스페이셜은 멀리 있는 사람들도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원격 협업 서비스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등 AR 안경을 통해 보면 여러 명이 한 방에 앉아서 회의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베타버전을 다양한 기업에서 테스트 중이며 포드 자동차 연구소에서도 시험사용 중이다. 이진하 씨는 “스크린을 봐야하는 기존 화상회의와 달리 주변 공간 전체를 사용해 사람들이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실제로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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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언틱과 워너브라더스가 2019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AR게임 ‘해리포터 : 위저드 유나이트’의 티저 영상의 한 장면. [사진 해리포터 위저드 유나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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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AR 기술이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분야 중 하나다. 포켓몬 고 제작사인 나이언틱과 워너브러더스는 2019년 출시를 목표로 AR 게임인 ‘해리포터:위저드 유나이트’를 개발 중이다. 지난달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각종 캐릭터와 함께 마법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 중엔 넷마블의 피싱 스트라이크가 게이머가 수집한 물고기들을 모아두는 수족관에 AR 기술을 접목해 자신이 있는 공간 주변을 떠다닐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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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웨이레이와 함께 개발 중인 AR내비게이션. [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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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스위스의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 레이와 공동으로 홀로그램을 활용한 AR 내비게이션을 개발 중이다. 전면 유리창 위에 길 안내 정보가 표시돼 운전자가 전방만 주시하면서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 초기 개발이 마무리되면 향후엔 차량 옆자리 유리에 픽업해야 하는 보행자에 대한 정보나 스쳐 가는 건물에 있는 가게 등에 대한 정보 등을 표시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AR을 구현하는 레이저와 홀로그램 필름이 차량 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부분,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의 처리속도 문제 등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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