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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현장을 가다](하)‘선전의 속도’에서 ‘항저우의 효율’로 ‘중국제조 2025’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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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고향, 항저우 인공지능타운

알리바바-저장대 연구센터 등 17개 기관, VR·AI 의료 연구

인접한 드림타운선 대학생 창업 지원…1조8천억원 넘는 투자

기술인재에 주택보조비, 스타트업엔 임대료 등 지원책 ‘풍성’

경향신문

지난해 7월 중국 항저우 서부 위항구에 조성된 인공지능타운. 알리바바-저장대 선진기술연구센터 등 17개 연구기관이 입주해 350여개 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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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초기를 대표하는 도시 선전은 ‘속도’로 설명된다. 1978년 12월 개혁·개방 선언 당시만 해도 3층을 넘는 건물이 없던 선전은 ‘사흘마다 건물 1층을 더 올린다(三天一層樓)’는 구호로 ‘선전 속도’를 만들어냈다.

이후 40년간 전력질주해온 중국은 이제 숨을 고르며 질적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로봇공학, 인공지능(AI), 통신장비, 항공우주 등 10대 전략 사업 투자를 통해 2025년 첨단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25’가 중국의 새로운 목표다. 이 목표를 구현해줄 중점도시는 항저우(杭州)가 유력하다. 구호는 ‘항저우 속도’가 아니라 상승효과를 밑바탕에 둔 ‘항저우 효율’이다.

지난해 7월 항저우시 서부의 위항(餘杭)구에 중국 최초의 AI타운(人工知能小鎭)이 문을 열었다. 지난 11일 방문한 AI타운의 첫인상은 고층빌딩이 밀집한 평범한 오피스타운이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근에 있는 알리바바그룹 본사와 저장대·항저우사범대 등 대학, 창업단지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대한 디지털단지다.

15만㎡ 부지의 AI타운은 알리바바-저장대 선진기술연구센터를 비롯해 바이두 혁신센터 등 17개 연구기관이 1차 입주해 350여개의 혁신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세운 마윈 공익재단이 투자해 세운 AI의료 연구기관 등 초기 건설에 알리바바의 도움이 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비롯해 로봇기술, AI의료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2200여명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는데 3년 내 규모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AI타운을 품고 있는 항저우의 미래과기시티(未來科技成)는 2011년 정보화시대의 혁신과 창업 중심을 꿈꾸며 문을 열었다.

AI타운과 2㎞ 남짓 떨어진 곳에는 창업단지인 드림타운(夢想小鎭)이 위치하고 있다. 저장대와 항저우사범대 학생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1만5200여명이 1650여개 창업 아이템을 개발했다. 누적 지원 총액은 110억위안(약 1조8034억원)을 넘었다. ‘인큐베이터’인 드림타운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이 AI타운에 입주한 경우도 10군데 정도 된다. 대학-창업 인큐베이터-AI단지-기업-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인재 유치를 위한 지원정책도 풍성하다. AI 등 전문 기술 인재에게 최대 300만위안(최대 4억9000만원)의 주택보조비를 지급하고, 석·박사에게는 생활보조금을 준다. AI타운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에는 임대료,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최고 1600만위안(약 26억원)의 자금을 보조해준다. AI타운 측은 “AI 산업의 특징은 개방과 공유로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를 융합하고 혁신 자원을 흡수하는 것”이라며 “AI 분야 고급 인력을 한데 모아 5년 내 산업 생태계를 잘 갖춰 중국 AI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탄생한 첨단 신기술은 중국 ‘기술굴기’를 세계에 과시할 뿐 아니라 국내 고질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AI타운에서 만난 선루이(深睿)의료 공동창업자 겸 CEO인 차오신(喬昕)은 AI의료 기술이 병원 부족, 의료보험체계 낙후 등 중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루이의료는 AI 기술을 이용한 폐암, 유방암 등의 조기진단 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차오신 CEO는 “중국은 14억명의 인구가 있지만 3갑(3甲·최고등급)의료원은 1000여개뿐이라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초의료 발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폐암, 유선암, 폐종양, 뇌혈관 질병, 뇌졸중 등의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암 진단 정확도는 90%, 악성종양 판단 정확률은 75% 이상”이라면서 “조기진단을 통해 진료 편리성, 정확도를 높이고 평균 10만위안에 달하는 수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저장대의 지원으로 저장대 부속병원을 포함한 200여개 병원에 자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임상연구 중이다. 그는 “임상연구를 통한 딥러닝으로 정확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산학연 연계 클러스터는 항저우시와 저장(浙江)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효율을 증대시키고 있다. 저장성 정부는 “향후 3년 내 AI 산업 규모가 500억위안(약 8조원)을 넘어 AI가 저장성과 항저우의 미래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중국 항저우 인공지능(AI)타운

경향신문

위치 - 항저우 서부 위항(餘杭)구

설립 - 2017년 7월

주요 산업 -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드론 등

입주업체 - 알리바바-저장대 선진기술연구센터, 바이두 혁신센터 등 17개 연구기관 및 350여개 혁신 프로그램

근무인원 - 2200여명

주변 - 알리바바 본사, 항저우 사범대·저장대, 청년 창업단지 ‘드림타운’ 위치


항저우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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