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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서미 스트리트’에 집 없는 소녀…“넌 혼자가 아니야”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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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온 릴리 재등장

쉼터 생활에도 희망 간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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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TV 인형극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최초의 노숙인(홈리스) 캐릭터가 등장했다. 주인공 엘모(사진 오른쪽)의 친구인 7세 소녀 릴리(왼쪽)가 가족들과 떨어져 쉼터와 친구집을 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릴리는 가난 때문에 끼니를 걱정하던 엘모의 친구로 2011년 처음 등장했다. 음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어린이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릴리는 그로부터 7년 후 가족들과 살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나는 설정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식(食)의 불안정이 주(住)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릴리 가족의 고난이 많은 홈리스 가정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릴리의 에피소드는 12일(현지시간)부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망설임 끝에 친구에게 집을 잃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쉼터 선생님에게 “네가 어디에 있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위로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마침내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게 된 릴리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리본을 엘모에게 건넨다. 리본을 만질 때마다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렸고 “함께였기에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나누었다.

제작사 세서미워크숍은 성명에서 “아이들이 주거 상실로 인한 트라우마를 완화하도록 돕기 위해” 릴리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 250만명의 아이들이 주거 상실을 경험했고, 그중 절반은 6세 미만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사랑이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아동보호 비영리기구 ‘스쿨하우스커넥션’ 소장 바버라 듀필드는 “주거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로 인해 고립을 경험한다”며 “인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바라봄으로써 이를 정상적인 일,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듀필드를 비롯한 전문가 토론, 홈리스 가정 아이들의 인터뷰 등 교육용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49년째 방영 중인 미국의 ‘국민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임에도 죽음이나 빈곤과 같은 삶의 어두운 단면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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