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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전 승기 잡은 아사드에 손 내미는 주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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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8년 만에 시리아 찾아 정상회담

이스라엘도 관계 개선 의지 보여... 재건 과정 영향력 확대 노리는듯
한국일보

바샤르 알 아사드(오른쪽) 시리아 대통령이 16일 수도 다마스쿠스 공항에 내린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직접 마중 나가 손을 맞잡으며 친근함을 표시하고 있다. 바시르는 내전 발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를 찾은 아랍국가 정상이다. 다마스쿠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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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품을 노리나. 시리아에 포연이 잦아들자 아랍 주변국들이 잇따라 손을 내밀고 있다. 화학무기 사용으로 비난을 퍼붓던 때와는 딴판이다. 기류가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전쟁 범죄자로 몰리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국제사회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찾아 아사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이 2011년 내전이 발발한 시리아를 축출한지 8년 만이다. 당시 아랍 정상들은 아사드 정권이 무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야당과 협상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하나같이 왕래를 끊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을 은밀하게 지원해온 러시아, 이란을 제외하면 시리아는 사실상 아랍의 외톨이로 남았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시리아 국영 SANA 통신을 인용해 “아사드가 공항에서 바시르를 직접 맞아 궁으로 이동하며 양국 관계와 시리아 일대의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시르 대통령은 “시리아가 이른 시일 내에 주도적 역할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수단은 시리아의 영토 통합을 지지하면서 필요한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아사드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쟁 발발 이전과 똑같이 회복시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바시르는 아사드 대통령과 동병상련의 처지다. 1989년부터 30년째 수단을 장기 집권하며 오랜 내전으로 여러 전쟁범죄에 얽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상태다. 아사드 또한 내전 진압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내몰아 인류의 공적으로 낙인 찍혔다. 바시르가 아랍 정상 가운데 8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를 찾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이날 그는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왔다. ‘아사드 구출작전’ 배후에 누가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최근 아사드 대통령의 달라진 위상은 수단 이외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바레인, 요르단, 심지어 이스라엘도 시리아와의 관계 개선에 가세하고 있다. 앞서 10월 아사드는 쿠웨이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년 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아랍국가들과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서방국가에서도 최근 시리아를 찾아 외교관계와 기타 교류를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아사드가 내전 발발 이후 걸프지역 매체에 응대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 아사드의 인터뷰 직전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시리아와 바레인의 외교장관이 서로 껴안으며 유독 친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이웃국가 요르단은 10월 시리아로 향하는 국경을 다시 개방했고, 이스라엘마저 골란고원의 전망대 쿠네이트라의 빗장을 일부 열어 시리아와 오가는 물꼬를 텄다. 시리아에 가장 적대적인 터키조차 “시리아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거를 치른다면 관계 개선을 재고할 의향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시리아 주변국들이 살갑게 다가서는 건 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내전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으로 보인다. 이후 재건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최대 위협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나름 주판을 튕긴 결과다. 나뎨르 하세미 덴버대 중동연구센터장은 알자지라에 “서방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투자하지 않는 만큼, 시리아는 아랍의 부국들을 복구사업에 끌어들일 필요성이 크다”며 “주변국들도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 시리아를 이란에서 떼놓는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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