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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싼 건 배송 못하겠다" 아마존 갑질에 코카콜라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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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마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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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돈 안 되는’ 상품 취급을 줄이는데 더해, 제조업체 측에 ‘직접 배송’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판매가가 15달러(약 1만7000원)에 못 미치는 데다, 부피도 커 배송비만 높이는 품목들은 “마진(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품들은 아마존 내부서 ‘수익 실현 불가 품목(CRaP, Can't Realize a Profit)’이라고 불린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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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인 '스마트워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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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인 ‘스마트워터’가 대표적이다. WSJ에 따르면 이전에 아마존 고객들은 아마존 전용 스마트 주문 시스템인 ‘대시 버튼’을 이용해 스마트워터 6개들이 한 팩을 6.99달러에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아마존은 코카콜라와 협의 끝에 대시 버튼을 통한 스마트워터 기본 주문 수량을 ‘24개들이 팩’으로 높였다. 팩당 가격 역시 37.20달러로 올랐다. WSJ는 “결과적으로 생수 한 병당 가격이 30% 이상(1.17달러→1.55달러) 오른 셈”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8월 협의 당시) 아마존은 코카콜라 측에 ‘(귀사의) 배송 상품의 (병당) 가격이 낮아 별다른 배송 수익을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코카콜라는 ‘파트너사와 협력해 꾸준히 제품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는 구매자에게 스마트워터를 직접 배송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마존의 기존 역할(온라인 판매 및 유통)에서 ‘유통’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이전까지 아마존과 계약한 제조업체의 상품 배송은 아마존 물류 센터가 담당했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아마존은 배송비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코카콜라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도 직접 배송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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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수프의 '캠벨 청키 수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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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캔 수프 업체인 캠벨수프 역시 코카콜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WSJ는 “코카콜라와 마찬가지로 캠벨 수프는 직접 고객에게 식품을 배송하는데 더해, 아마존의 요구에 따라 ‘캠벨 청키 수프’ ‘페퍼리지 팜 골드피쉬 크래커(스낵류)’ 등 유명 상품 포장 방법 및 패키지 구성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캠벨수프는 언제든 식품 부피를 조정하고, 패키지 구성 역시 바꾸려는 취지로 상품 수요 예측 기술을 도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마존의 요구에 대한 ‘사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아마존과 상품 판매 및 유통 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꼼짝없이 아마존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유통 공룡’으로 꼽히는 아마존을 대신할 만한 규모의 상거래업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데이터분석업체인 부메랑커머스의 구루 하리하란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소비자 브랜드는 아마존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며 “많은 쇼핑객을 둔 아마존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마존 내부에서는 이런 식의 비용 절감 전략이 자사(아마존)에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 한 임원은 “아마존이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목적으로 각 제조업체의 제품 가격과 패키지 구성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특정 품목을 퇴출하는 등의 행위는 되레 전체 매출을 깎아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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