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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길잃은 한국 e스포츠, 진흥정책 전환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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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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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사 결정으로 세계에서 진행되던 e스포츠리그가 중단됐다.

기업논리에 의해 언제든 게임 서비스나 리그가 종료될 수 있는 e스포츠 태생적 한계가 드러났다. 국내 e스포츠 진흥 입법·정책 방향도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블리자드에 따르면 내년부터 e스포츠리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챔피언십 (HGC)'을 진행하지 않는다. 국내 프로팀 '팀 블라썸' '템페스트'가 폐단했고 HGC 2연패를 달성한 '젠지 e스포츠'는 선수 거취에 대해 논의 중이다.

2016년 총상금 100만달러와 참여 선수 연봉 지급 등 새로운 시스템으로 세계 리그를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블리자드는 리그 중단 소식을 사전에 프로팀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개발자는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됐다.

HGC 폐지로 e스포츠가 가진 태생적 한계가 드러났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게임사가 기업논리로 언제든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리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e스포츠 주도권은 종목사가 쥐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리그는 각각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가 자체 방송을 제작하고 리그 일정을 결정한다.

e스포츠 저변확대를 위한 양적 확장에 집중하는 국내 진흥 법·정책 방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스포츠 팬을 불러모을 수 있는 종목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내 게임 산업 여건상 보이는 정책보다는 새로운 진흥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e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은 PC방을 생활 e스포츠 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e스포츠 경기장을 지방으로 확대하기 위해 66억원을 배정했다. 종목에 대한 고려없이 생활스포츠로서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집중됐다.

활성화된 e스포츠용 게임을 가지지 못한 국내 e스포츠계는 언제든지 HGC 충격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정부는 e스포츠진흥을 위해 설치하기로 했던 'e스포츠진흥자문위원회'를 설치하지도 않고 폐지한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의존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4년간 표류 하다가 힘이 빠진 탓이다. 12개 프로게임단은 8개로 줄었고 프로게이머 수는 반토막 났다. 그 후 e스포츠진흥법과 중장기계획을 발표했지만 그보다 효과를 본 건 리그오브레전드 등장이었다.

국내 게임사는 게임 흥행과 수명연장을 위해 e스포츠에 도전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신규 팀이 합류하고 있으나 성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이 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나 대중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포인트블랭크' '크로스파이어' '서머너즈워' 등이 해외에서 명맥을 잇는 정도다.

업계는 내년 문체부가 25억원을 배정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게임스쿨'을 e스포츠 성장 방안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국내 게임사에서 e스포츠 흥행에 어울리는 게임이 개발되면 자연스레 진흥정책과 합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현재 e스포츠는 몸 없이 머리만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가 풀뿌리 진흥책으로 아마추어리그에 국내 게임을 이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방법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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