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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거제 뷔페식 합의…본게임은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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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처리, 비례대표 커트라인, 330석 의석 조정 '난제'…1월 합의 처리 약속했지만 결실까지 첩첩산중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선거제도와 관련해 여야 합의로 게임의 룰을 만든 것은 불변의 국회 전통이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여야 5당 합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당 쪽에서 정치권의 섣부른 긍정론에 제동을 건 것은 선거 개편 논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야 5당은 지난 15일 정치 주목도가 떨어지는 토요일에 이례적으로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둘러싼 사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일에 걸친 국회 단식농성을 풀었다. 국회가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자 해법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주목할 부분이지만 협상 과정의 '디테일 싸움'이 진짜 승부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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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의 큰 줄기를 살펴보면 여야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 망라돼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검토는 군소 야 3당이 원하는 내용이다. 석패율제 도입과 1월 임시국회 합의 처리는 더불어민주당 입맛에 맞는 부분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명시하고 도농복합형 선거제 개편 논의를 암시한 대목은 한국당 의사가 반영된 결과다.

국회가 큰 고비를 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연동형 비례제 문제 해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3개의 '숨겨진 암초'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합의 처리' 딜레마다.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도 선거제 개편은 합의 처리가 기본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른바 '힘의 논리'에 의한 처리, 의석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국회 표결 처리에 나설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과 한국당, 군소 야 3당이 모두 동의할 선거제 개편의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1월 중에 합의 처리하려면 12월 중에는 정개특위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안 도출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또 하나의 암초는 비례대표 최저 커트라인에 대한 문제다. 공직선거법 제189조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얻거나 5석 이상의 지역구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 비례대표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다면 3% 커트라인을 유지할 것인지, 5%나 그 이상으로 올릴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정당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대목이다. 극우·극좌 등 특정 이념이나 지역, 성(性), 종교 등을 앞세운 정당이 원내에 입성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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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가장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의원 정수 조정 문제다. 여야는 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10% 이내에서 조정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현행 국회 의석 300석보다 10% 많은 330석 이내에서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비례대표 확대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의 2대 1을 기준점으로 설정한 뒤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역구가 253석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정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현역 의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구의 경우 통폐합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각 당은 물론 도시와 농촌 출신 의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대목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합의문을 보면 연동형 비례제를 적극 검토한다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돼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의석 조정 등 어느 것 하나 합의를 이루기 쉬운 게 없다는 점에서 1월 내 처리가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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