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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탐색] 학폭 담긴 CCTV 확인도 안한 담당교사…피해 다문화학생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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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예방하려 단 CCTV…학폭위선 확인도 안 해

- 학부모 “업체 연락처 달라” 나서자 뒤늦게 공개

헤럴드경제

이미지는 기사와 관계 없음.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인천 학교 폭력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가 죽은 게 얼마 전인데…. 나 죽고 우리 애가 그런 일 당하면 어떡해요.”

서울시내 모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생활안전부장 A교사가 폭력 현장이 담긴 CCTV를 확인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학생 학부모는 해당교사가 고의로 CCTV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피해 학생 B군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다.

17일 해당 중학교와 피해학생 B군 학부모 김모(44) 씨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학폭위에서 학교 생활안전부장 A교사는 폭력 현장 CCTV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씨는 학폭위 이후에도 ‘보관 기간이 지나 영상이 삭제됐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다 뒤늦게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의 거짓말은 김씨가 해당 영상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 10일 학교를 찾아가 “CCTV가 보름만에 삭제될 리가 없으니 업체를 알려주면 확인해 보겠다”며 학교 교장에게 영상을 요청했다. 업체를 통해 확인한 CCTV 영상의 보관기간은 A교사가 주장했던 2주보다 훨씬 긴 4개월이다. 문제의 CCTV 영상은 있었다.

영상을 열람한 학부모 김 씨는 경악했다. 단순히 아이들 사이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선처를 요청했지만, 영상으로 목격한 현장 상황은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영상 속에는 아들이 복도 사물함 앞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리저리 휘둘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며 “당시 상황이 그 정도로 험악한 줄 알았다면 가해자를 선처해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씨는 “가해 학생들을 선처하기로 했던 이유는 의탁할 친척도 없는 상황에 나마저 없으면 아들에게 남는 것은 친구들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한다. 다문화가정을 이룬 후 혼자 아이를 키워온 김씨는 지난 2014년부터 암투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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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김모 씨가 보여준 학교폭력위원회 소환장. 4일 열린 이 학폭위에서 학교폭력 현장을 녹화한 CCTV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김 씨는 현재 교육청 민원을 제기해 해당교사의 처벌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학폭 담당자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런 억울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학폭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교사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학교와 해당 교사는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학교장은 “교사에게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냐”고 되물은 후 “교육청 등에 징계 또는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A교사는 “학폭위에 앞서 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시인하면서도 “사건 은폐 의도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영상이 지워졌는지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정확하게 ‘삭제 됐다’고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새로 부임해서 이전 학교처럼 CCTV 보관기간이 짧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월 해당 중학교에 부임했고 근무한 지 9개월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는 “당일 발언은 녹취록을 통해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학폭위에서 위증한 교사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11조 10항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지원청에서 조사 및 감사 등을 실시하고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교육감에 처벌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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