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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018사건 그 후] ⑥'집착이 부른 비극' 연인 살해…엄벌 호소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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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연인 살해 피해자 유족 "살인마를 극형에 처해 달라" 촉구

이별 요구로 매년 여성 60명 이상 죽거나 위협당해…안전망 시급





(춘천·부산·의정부=연합뉴스) 이재현 차근호 최재훈 기자 = "재판장님, 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마를 꼭 사형에 처해주세요."

지난 4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지난 10월 상견례를 앞두고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한 후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심모(27)씨의 첫 재판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열렸다.

사랑하는 연인의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이른바 '춘천 연인 살해 사건'의 첫 재판이었다.

심씨는 카키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그 순간 자신이 살해한 연인의 부모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고개를 떨궜다.

심씨가 피해자인 A(23)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과정이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자 법정은 술렁였다.

너무도 끔찍하고 충격적인 범행 수법에 방청객들은 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급기야 재판을 힘겹게 지켜보고 있던 A씨의 어머니가 오열했다.

이날 A씨의 어머니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로 재판부에 심씨에게 사형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심씨와 연인 A씨는 3개월여간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5∼6차례 만났으며 심씨는 두 번째 만남부터 결혼 얘기를 꺼냈다.

심씨는 아버지가 내년 5월 정년이라는 이유로 그 전인 4월에 꼭 결혼해야 한다며 결혼을 서둘렀다.

그랬던 심씨는 도대체 왜 사랑하는 연인을 그토록 참혹하게 살해했을까. 심씨의 범행은 살해 그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남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범행 장소 들어가는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부산경찰청 제공]



일가족 전체가 연인 살해의 희생자가 된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 10월 부산에서도 발생했다.

신모(32)씨는 지난 10월 25일 오후 10시 31분께 부산 사하구에 사는 여자친구 조모(33)씨의 아파트를 찾아가 조씨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후 아파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조씨의 엄마와 할머니를 차례로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온 조씨를 둔기로 잔인하게 죽였다.

이후 그는 여자친구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신씨의 잘못된 집착과 폭력성이 빚은 치정 살인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신씨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주변과 교류가 없었고, 평소 여자친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며 사소한 문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여자친구인 조씨가 애완견을 자신보다 더 아낀다고 생각해 애완견을 집어 던져 죽인 사례가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목숨을 끊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했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전 여친의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하고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B(21)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B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해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지난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경기도 포천시 한 야산에서는 한 여성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은 지난해 7월 이후 실종된 C(21)씨였다.

범인은 C씨의 전 연인이자 7월 말 실종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최모(30)씨였다. 최씨는 이미 또 다른 여자친구 D(23)씨를 지난해 12월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최씨는 C씨와 D씨를 잇따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또 다른 연인을 험담해서"라고 진술했다.

최씨는 결국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데이트폭력'(CG)
[연합뉴스TV 제공]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6천675건이던 데이트 폭력 범죄는 지난해 1만303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혼 및 결별 요구로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지난해 17명이다. 살인 미수까지 더하면 66명이다.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거나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진짜' 이별이 어려운 것은 데이트 폭력 이후 가해자의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가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력→사과→용서→다시 폭력의 순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작은 폭력도 분명히 '싫다'고 밝히고 정확히 거부감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전이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초기 징후 발견 시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작은 폭력이나 사소한 구속이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폭력을 당했을 경우에는 지인이나 경찰 등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7월 데이트 폭력 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를 경우 구속 수사를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또 보복범죄 방지를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피해자에게 비상호출기나 보호시설, 주거 이전비 지원, 법정 동행 등 안전장치도 제공한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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