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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후퇴한 대법 개혁안, 알고 보니 ‘행정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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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비판 김명수 개혁안

사법행정회의 유명무실화 등 행정처 8월 대외비 문건과 일치

사발위 추진단은 ‘들러리’ 의혹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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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법원행정처 개혁안이 지난 8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자료와 같은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법원행정처 개혁 입법 작업을 법원행정처가 자체적으로 추진해 ‘셀프개혁’ 논란이 불거지자 10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추진단)을 구성해 개정안을 마련토록 했다. 추진단에 개정안 작업을 맡긴 게 요식 절차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16일 입수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대외비 문건 작성일은 8월28일이다. 이 문건에 ‘법원행정처 개편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법률안’이 들어 있다. 사법발전위원회가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 건의문을 공개한 7월17일에서 40일 지난 시점이다. 법률 개정안을 대법원장에게 제시할 추진단이 구성되기도 전이다.

문건 내용은 추진단의 개정안보다 크게 후퇴해 ‘도돌이표 개혁’이라 비판받는 김 대법원장의 개정안과 흡사하다. 사법행정회의 위원 구성 방안도 이때 정해졌다. 추진단은 지난달 7일 개정안을 내며 판사와 외부인사를 5명씩 ‘동수’로 구성하라고 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8월 대외비 문건 내용대로 외부인사 4명, 판사 6명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법행정회의 위원에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법원사무처장을 포함시키는 방안까지 문건 내용과 똑같다.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사법행정회의를 유명무실화하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사법행정회의의 성격을 총괄기구가 아닌 심의·의결 기구로 낮추고 사무범위를 중요사항으로 줄이는 방안도 8월 문건에 담겨 있다. 문건에 ‘총괄기구’란 표현만 등장할 뿐 실질적 내용은 대법원장이 12일 제시한 심의·의결 기구와 같다. 사무범위도 대법원규칙 제·개정, 판사보직 원칙 승인 등 5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여기에 ‘대법원장이 국회에 제출하는 의견의 승인’을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추진단이 지난달 7일 공개한 개정안 골자는 사법행정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사항을 집행할 법원사무처를 사법행정회의와 대법원장이 함께 지휘하도록 해 사법행정회의가 사법행정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의 개혁안에는 대법원장만 법원사무처를 지휘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는 ‘처장은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건 내용과 같다.

문건은 사법행정회의 위원 추천 과정에 대법원장 의중을 반영하려는 방안도 담았다. 추천위에 선임 대법관 한 명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문건 내용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추천위원 1명을 직접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추진단 개정안에는 대법원 몫이 없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추진단이 활동하는 동안에도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자신들의 입장을 (추진단에)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추진단 안이 법원행정처 뜻대로 나오지 않자 추진단 안을 무시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도돌이표 개혁안을 관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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