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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장수외인 위한 니퍼트법? 현장은 전혀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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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t 선발 니퍼트가 5일 수원 LG전에서 3-0으로 앞선 4회 역투하고있다. 2018.09.05.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예전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30대 후반에도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공을 던진다. 시즌 막바지에는 7연속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재계약 불가 통보였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특급 활약을 보장해야 하는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8년 동안 KBO리그 마운드에 오른 더스틴 니퍼트(37)가 이별을 앞두고 있다.

니퍼트는 KBO리그 외국인선수와 두산 구단 역사에서 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2011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7년 동안 두산, 2018시즌 KT에서 뛰며 역대 외국인선수 최다 선발등판(205경기)과 이닝(1291.1이닝), 승리(102승), 탈삼진 (1082개)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저력을 발휘한 적도 많다. 2015년 두산의 14년 우승 가뭄을 해소하는데 앞장섰다. 선발 등판하는 경기마다 MVP를 수상했다. 2016년에는 22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MVP가 됐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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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마산구장에서 NC와 두산의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1차전 데일리MVP 두산 니퍼트가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있다.2015. 10. 18. 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만일 니퍼트가 한국이 아닌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다면 선수생명을 연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프로야구는 장수 외국인선수에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부여한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은 외국인선수가 계약을 체결하면 외국인선수 쿼터에서 제외한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에게 특별한 보상을 하는 셈이다. 보상 대상은 선수와 구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팬도 오랫동안 응원한 외국인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외국인선수 쿼터에서 제외된 FA 니퍼트는 구단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긴다. 모든 구단이 투수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면 특히 그렇다. 1, 2선발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3선발로는 최상급이다. 2018시즌 니퍼트는 이닝과 탈삼진 부문에서 리그 5위에 자리했다. 나이 때문에 장기계약은 힘들어도 단기 계약으로 선발진 강화를 노린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카드다.

니퍼트와 이별을 선택한 KT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니퍼트는 2018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중 어깨 통증을 느껴 시즌 출발이 다소 늦었다. 방어율도 개인통산 두 번째로 높았다. 토종 선발진이 두껍지 않은 KT의 현실을 고려하면 KT에 당장 필요한 선수는 30대 후반의 니퍼트가 아니다. KT는 라울 알칸타라(26)와 윌리엄 쿠에바스(28)로 2019시즌 외국인 원투펀치를 확정지었다. 20대 선발투수 두 명이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는 그림을 그렸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누구도 제도 변경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박근찬 운영팀장은 “이사회나 단장회의에서 니퍼트처럼 오래 뛴 외국인선수에게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에 잠깐 얘기가 나오기는 했는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각 구단 수뇌부와 선수협회가 외국인선수를 바라보는 공통적인 시각은 ‘이방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겨울 어느 때보다 많은 20대 외국인선수들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제도 변경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들이 ‘프랜차이즈 외국인선수’로 자리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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