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발(發) 물가 인상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는 물론 패션·의류 가격도 고공 행진이다. 업체들은 "누적되는 임금 인상분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치솟아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오르며 2011년 1~10월 4.3%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지수는 짜장면·김치찌개처럼 서민들이 자주 소비하는 음식 39개 품목의 물가를 측정한 수치다. 직장인들은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르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외식 가격이 오를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한다.
◇장바구니 식품 68%가 값 올라…마트 가기 두려운 주부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은 "카트를 채우기가 겁난다"고 했다. 주부 방윤정(32)씨는 "카트의 반을 안 채워도 10만원을 넘는다"며 "1~2주 쓸 식료품을 사보면 작년보다 1만원은 더 나온다"고 말했다. 방씨가 사는 상품은 대부분 생수·라면·과자·즉석밥 같은 가공식품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1월 즉석밥·참치캔 등 소비자가 즐겨 찾는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 중 21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값이 올랐다. 즉석밥(10.6%)·시리얼(6.8%)·어묵(10.4%)·참치캔(3.2%)·오렌지주스(12.4%)·콜라(5.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지난 10월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16개)이 한 달 새 값이 올랐다.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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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품업체들은 올 들어 거의 매달 상품 가격을 올렸다. CJ제일제당부터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들까지 주요 30여개 업체가 300여개 넘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당장 혁신적인 상품을 못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 비용 인상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즐기는 커피나 음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이달부터 아메리카노를 기존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렸다. 엔제리너스도 아메리카노 등 커피 17종의 가격을 13일부터 200원 인상했다. 간식 값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평균 4.5%,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가격을 8% 올렸다. 지난달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일부 상품이 1000~2000원씩 올랐다.
대학생 권모(23)씨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학생들에겐 300~400원 오르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치킨 값에 붙는 2000~3000원의 배달료 때문에 치킨 먹기도 망설일 때가 있다"고 했다. 의류 역시 새 제품이 나오면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양모(42)씨는 "백화점에 갔더니 롱패딩 등 겨울 점퍼류 대부분이 30만~50만원 넘어 선뜻 집기가 어려웠다"며 "20만원대 상품은 찾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내년 초 또 한 번 인상 예고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내년 1월 최저임금이 다시 인상(10.9%)되면 또 한 차례 소비자 물가 인상 러시가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작년까지 아르바이트 3명에게 매달 총 180여만원의 월급을 줬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16.4% 오른 올해는 매달 210여만원으로 부담이 늘었다. 김씨는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오르니 매달 240만원을 인건비로 줘야 한다"며 "일단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가맹본부에는 가격 인상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하남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내년 인건비 비중이 올해 21~22%에서 25%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 6시간씩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든가 치킨 값을 다시 1000~2000원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는 직원 인건비 중 아르바이트의 비중이 올해 60.6%에서 내년 63.6%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올렸다가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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