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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햄버거부터 패딩까지… 지갑을 선뜻 못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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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중구의 한 롯데리아 매장. 메뉴판에 적힌 빅불버거 세트 가격이 7400원으로 전주보다 400원(5.7%) 올라 있었다. 햄버거 세트 10여종의 가격은 대부분 7000~9000원대였다. 이 회사는 13일부터 버거류 제품 11종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다. 롯데리아는 "인건비와 원재료비가 지속적으로 올라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발(發) 물가 인상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분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는 물론 패션·의류 가격도 고공 행진이다. 업체들은 "누적되는 임금 인상분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치솟아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오르며 2011년 1~10월 4.3%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지수는 짜장면·김치찌개처럼 서민들이 자주 소비하는 음식 39개 품목의 물가를 측정한 수치다. 직장인들은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르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외식 가격이 오를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한다.

◇장바구니 식품 68%가 값 올라…마트 가기 두려운 주부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들은 "카트를 채우기가 겁난다"고 했다. 주부 방윤정(32)씨는 "카트의 반을 안 채워도 10만원을 넘는다"며 "1~2주 쓸 식료품을 사보면 작년보다 1만원은 더 나온다"고 말했다. 방씨가 사는 상품은 대부분 생수·라면·과자·즉석밥 같은 가공식품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11월 즉석밥·참치캔 등 소비자가 즐겨 찾는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 중 21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값이 올랐다. 즉석밥(10.6%)·시리얼(6.8%)·어묵(10.4%)·참치캔(3.2%)·오렌지주스(12.4%)·콜라(5.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지난 10월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16개)이 한 달 새 값이 올랐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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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품업체들은 올 들어 거의 매달 상품 가격을 올렸다. CJ제일제당부터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들까지 주요 30여개 업체가 300여개 넘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당장 혁신적인 상품을 못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 비용 인상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즐기는 커피나 음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이달부터 아메리카노를 기존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렸다. 엔제리너스도 아메리카노 등 커피 17종의 가격을 13일부터 200원 인상했다. 간식 값도 마찬가지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평균 4.5%,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가격을 8% 올렸다. 지난달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일부 상품이 1000~2000원씩 올랐다.

대학생 권모(23)씨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학생들에겐 300~400원 오르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치킨 값에 붙는 2000~3000원의 배달료 때문에 치킨 먹기도 망설일 때가 있다"고 했다. 의류 역시 새 제품이 나오면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양모(42)씨는 "백화점에 갔더니 롱패딩 등 겨울 점퍼류 대부분이 30만~50만원 넘어 선뜻 집기가 어려웠다"며 "20만원대 상품은 찾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내년 초 또 한 번 인상 예고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내년 1월 최저임금이 다시 인상(10.9%)되면 또 한 차례 소비자 물가 인상 러시가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작년까지 아르바이트 3명에게 매달 총 180여만원의 월급을 줬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16.4% 오른 올해는 매달 210여만원으로 부담이 늘었다. 김씨는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오르니 매달 240만원을 인건비로 줘야 한다"며 "일단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가맹본부에는 가격 인상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하남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내년 인건비 비중이 올해 21~22%에서 25%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 6시간씩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든가 치킨 값을 다시 1000~2000원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는 직원 인건비 중 아르바이트의 비중이 올해 60.6%에서 내년 63.6%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올렸다가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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