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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이돌 팬 3명 때문에… 출발직전 홍콩발 비행기서 360명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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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석 표 등 예매한 중국·홍콩팬들, 아이돌 본 뒤 환불 요구하며 내려

규정따라 승객 보안검색 다시받고 당초 출발시각보다 1시간 지연돼

홍콩에서 아이돌 그룹의 극성 팬 3명 때문에 이륙을 기다리던 비행기 승객 360여 명 전원이 다시 내려 보안 점검을 받고 비행기가 1시간 늦게 출발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25분 홍콩국제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중국인 승객 2명과 홍콩인 승객 1명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승무원들에게 "내리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극성 팬이었다. 이들은 홍콩에서 한 방송국 행사에 참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워너원'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퍼스트클래스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을 하나씩 예매했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라 '목적'을 달성한 뒤 다시 내리겠다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현지 항공 규정에 따르면 비행기 이륙 전 비행기에 탔던 승객이 한 명이라도 내리면 다른 승객들도 모두 비행기에서 내린 후 보안 점검을 다시 받아야 했다. 누군가 테러 목적으로 항공기에 폭발물 등을 두고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극성 팬 세 명 때문에 다른 360여 명 승객 전원이 비행기에 실었던 짐을 들고 내렸다가 다시 보안 검색을 받고 탑승했고, 비행기 출발은 1시간 지연됐다. 대한항공 측은 "팬 세 명에게 '가능하면 내리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공항에서 극성 팬들이 아이돌을 보기 위해 국내 항공사 비행기표를 샀다가 환불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극성 팬들은 보통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사는 경우가 많다. 좌석 등급이 높을수록 환불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극성 팬들은 비행기에서 아이돌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거나 다른 팬들에게 판매한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도 극성 팬들이 아이돌을 보기 위해 항공권을 예매해 탑승구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때문에 정작 항공권이 꼭 필요한데 못 사는 사람도 생긴다. 팬들이 공항 보안 구역 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녀 다른 이용객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안전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극성 팬들 행동이 문제인 줄은 알지만,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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