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선거 반년 만에 재산이 55억원 뚝? '고무줄' 재산 신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국 기초의회 예산과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분석했던 '[탈탈 털어보자] 우리 동네 의회 살림' 후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6.13 지방선거 당선자의 재산변동 내용, 겸직 신고 현황, 지자체 공무원의 해외출장비를 탈탈 털어드립니다. 1편은 지방선거 당선자의 '이상한' 재산변동 내용입니다.

탈탈 털어보자<시즌2> 연재 순서

'고무줄' 공직자 재산 신고

'투잡' 뛰는 의원님들(news.joins.com/article/23216859)

③ 너도나도 '세금 해외여행' (예정)

-55억원~+52억원, '고무줄' 재산신고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에는 돈이 든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한 번에 재산이 50억원 넘게 늘거나 줄었다면 납득이 될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9월 28일 6.13 지방선거에 새로 당선된 공직자 670명의 재산등록사항을 관보에 공개했다. 지자제단체장과 교육감, 광역의원 당선자 총 1089명 중 동일 직위에 재선된 사람 등을 제외한 숫자다. 이들은 임기가 시작된 7월 1일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했다.

공직자로선 첫 재산 등록이지만 이들은 앞서 선거 후보자 신분으로 재산을 신고했다. 선거운동 기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2017년 12월 31일 자 기준 재산 내용이 공개됐다.

공직선거 후보자 재산신고는 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을 준용한다. 때문에 두 번의 신고 액수를 비교하면 선거 기간 동안 재산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선거 후 재산을 등록한 공직자 670명의 재산내용과 과거 후보자 때 신고분을 전수 비교한 결과, 일부 공직자의 경우 재산 총액이 최고 50억원 이상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새 10억원 이상 재산 변동 37명
6개월 사이 재산 신고액이 10억원 이상 감소한 이들은 총 14명이다. 김이재 전북도의원은 선거 당시 재산이 59억9394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공직자 신고 땐 4억 2000만원이라고 써냈다. 김경 서울시의원은 41억여원, 우석제 경기도 안성시장은 40억여원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김이재 전북도의원은 "컴퓨터를 잘 못 다뤄, 매번 다른 분들 도움을 받아서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해 돌아가신 남편의 재산 상속분을 처음엔 감정평가 금액으로, 나중에 공시지가로 넣으면서 변화가 생겼다"면서 "윤리위원회와 선관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석제 안성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 신고는 제대로 했지만, 선거 때 신고액은 확인을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재산이 17억원가량 줄어든 김장일 경기도의회 의원도 "선거 때 사무실에서 계산을 잘못했다"고 해명했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다"
반대로 23명은 재산이 10억원 이상 늘었다. 가장 편차가 컸던 건 최세명 경기도의회 의원이다. 선거 땐 -4116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공직자 신고 땐 약 52억원을 등록했다. 최 의원 역시 "직계존속 재산 고지 거부 기간을 놓친 탓"이라고 해명했다.

김민정 부산시의원은 선거 때보다 38억원이 늘어난 40억 원대 재산을 신고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선산 가액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다. 문의했더니 내년 신고 때 수정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전남도의원은 선거 땐 30억원, 공직자 신고 땐 67억원을 써냈다. 이유를 묻자 이 의원은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던가요?"라고 반문하며 "선거 땐 사무실에서 제대로 (계산을) 못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670명 전체 재산 변동사항 확인하기
https://goo.gl/ZLtriA

당선 취소도 가능한데 눈감아준 정부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배포한 '최초 재산등록 방법 안내서'에서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할 때 부동산을 "실거래가나 평가액(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으로 신고를 하도록 했다. 기존에 공시지가로 신고하던 관행이 실제 재산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항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8년 7월 2일부터 적용됐다. 공직자 최초 재산신고 기준일자는 그 딱 하루 전인 7월 1일이었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재산공개 기준일이 시행령 개정 전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공시지가로 신고했든, 실거래가로 신고했든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직자 최초 재산등록은 (처음 신고하는 거라) 여러 가지 실수를 할 수 있어서 (문제가 있어도) 눈감아주는 편이다. 내년 재산 신고가 진짜"라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엉터리 재산신고'를 정부가 공식·비공식적으로 묵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 재산신고는 "선거 땐 신고한 것은 당시 각 선관위에서 확인했으니, 신고 내용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며 "만약 허위 신고를 했거나 고의로 (재산을) 누락한 경우, 심하면 당선 취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보자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자료는 선거가 끝난 뒤 열람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검찰이 영장을 받아 압수 수색을 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일보도 총액을 기준으로 공직자 재산등록 내용과 후보자 시절 신고 내용(중앙선관위가 취재진에게 보도자료로 배포)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재산의 각 세부 항목별 내용은 검증하지 못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간사는 "선거 후보자와 공직자의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혹 당선 뒤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지 않는지, 투명하게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직자가 정확한 신고 기준과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정부는 이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는 것은 이런 제도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간사는 "공직 당선 전부터 당선 후까지 재산 변동사항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비용과 재산
공직자 최초 재산등록 총액은 선거 비용을 쓴 만큼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자가 선거에 쓴 비용을 100% 후보 개인 계좌로 보전해주지만,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최초 재산등록 기준일은 7월 1일인데, 선관위는 8월 중순에 선거비를 일괄 지급했다.

경기도는 지자체장 선거 가운데 선거비 한도가 41억7700만원으로 가장 높다. 광역단체장의 선거비 제한액은 평균 16억원, 교육감은 약 15억원, 기초단체장은 16억원, 광역의원은 평균 5000만원선이다. 선거비 보전금을 받은 뒤에도 재산이 10억원 이상 줄거나 늘어난 공직자는 26명이었다.

가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선거 기간을 거치며 재산이 2억원 가량 줄었지만 선거보전금(38억 8345만원)을 반영하면 총액이 오히려 36억원 이상 늘어난다. 중앙당 지원금(약 20억원) 등을 반환하면 차액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각 후보자별 선거비용 입출금 내역을 선거통계포털(http://info.nec.go.kr) '선거비용' 코너에 10월 22일까지만 공개했다. 이미지 파일을 한 장씩 클릭해 넘겨보는 방식이라, 내용을 검색하거나 입출내역을 집계할 수 없다.

중앙일보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선거비용 자료 중 일부 캡처. 문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미지 파일이라 '이재정'으로 검색해도 '검색 결과 없음'으로 표시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배여운 데이터분석가 dungle@joongang.co.kr

◈본 기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자료=공직자 최초 재산등록 자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2018년 9월 28일 자 관보), 6.13 지방선거 후보자별 선거비용 지출총액(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청구), 6.13 지방선거 후보자별 재산신고 총액(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 [탈탈 털어보자] 뉴스레터 신청하시고 e-메일로 편안히 받아보세요 http://eepurl.com/dzsnPv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