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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꾸이년市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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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항버스로 1시간, 인천공항에서부터 5시간이면 베트남 호찌민에 닿는다. 여기서 1시간 더 비행하면 푸깟공항이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 용산에서 꾸이년으로 향하는 길이다. 국제공항이 된 푸깟공항까지 우리 국적기가 취항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는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꽃피는 지난 봄날, 베트남에서 외국인 개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인 주석 우호훈장을 받기 위해 꾸이년시를 찾았다. 22년 전에는 먼 나라 낯선 도시였을 용산.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용산구와 꾸이년시는 아픈 역사로 만났지만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용산구에서 창설한 맹호부대가 베트남전쟁 당시 꾸이년시에 주둔하면서 아픔을 공유한 사이다.

베트남 축구에 박항서 매직이 있다면 지방정부에는 용산이 있지 않을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6년 용산에는 퀴논(꾸이년)거리가, 꾸이년에는 용산거리가 조성됐다. 베트남에서 외국 도시를 도로명으로 명명한 것은 용산거리가 처음이다.

이뿐만 아니다. 꾸이년시에 용산국제교류사무소를 두고 베트남과 한국의 거리를 좁혀가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마을운동 용산구지회를 비롯해 지역단체 후원을 받아 매년 2채씩 꾸이년에 사랑의 집을 짓는다. 현재까지 18채를 지어 라이따이한과 저소득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강한 자외선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꾸이년시 주민들을 위해 백내장치료센터도 개원했다. 순천향대학서울병원, 아모레퍼시픽 등 관내 기업 도움이 컸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설된 꾸이년세종학당도 인기가 많다.

이제는 꾸이년시가 답했다. 꾸이년시가 위치한 빈딘성에서 경제특구 424만㎡(130만평) 용지를 태양열 발전소 건설 용도로 우리 기업에 무상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아시아우호재단에는 교육공무원연수원 용지로 19만㎡(5만7000평)를 50년간 무상 제공한다. 이제껏 베트남이 외국 기업·기관에 제공했던 여러 인센티브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이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0월 한국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투자간담회를 동반한 다자간 업무협약도 맺었다.

외교권이 없는 지방정부라 할지라도 진심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다. '친구 사이 우정은 넓은 바다도 메운다'는 베트남 속담이 와닿는다. 용산구와 꾸이년시, 우리 노력이 양국 간 화해 역사에 주춧돌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형제의 도시, 꾸이년으로 갈 때마다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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