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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른 살 김연경 "한국행, 은퇴? 지금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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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돌아간 터키서 맹활약

“세계적 선수들과 한 무대 즐거워

은퇴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중앙일보

김연경은 ’터키리그 개막 이후 두달 간 혼자 지냈는데 최근 부모님이 건너오셨다. 엄마가 해주신 밥을 먹었더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14일 이스탄불 엑자시바시 연습장에서 만난 김연경. [이스탄불=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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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30)은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선수다. 현재 터키 리그 명문 팀 엑자시바시에서 활약 중이다. 김연경을 터키 현지에서 만나 2018년을 보낸 소감을 들어봤다.

지난 14일 터키 이스탄불 엑자시바시 스포르 살롱. 김연경은 활짝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그러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만도 했다.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터키 리그에 이어 11일 중국 저장성에서 끝난 클럽 세계선수권까지 3주 사이 터키와 중국을 오가며 10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아직 시차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솔직히 조금 피곤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인터뷰 다음 날 같은 이스탄불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 바키프방크와 대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키프방크는 지난해와 올해 클럽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세계 최강팀이다. 2015, 16년 클럽 세계선수권 챔피언 엑자시바시는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3위에 머물렀다. 김연경은 “올해는 잘 안 풀리는 편이다. 유일하게 우승해보지 못한 대회라 욕심이 났는데 결과가 아쉽다”며 “하지만 내일 터키 리그에서 대결은 꼭 이길 것”이라고 했다. 김연경은 다음 날 약속을 지켰다. 그는 15일 열린 바키프방크와의 경기에서 14득점을 올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8연승을 달린 엑자시바시는 바키프방크(8승1패)를 제치고 터키리그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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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엑자시바시 훈련장에서 만남 김연경. [이스탄불=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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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6년간 뛰었던 터키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벗고 지난해 중국 상하이로 이적했다. 연봉은 3분의 2 정도로 줄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서울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가족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었고, 경기 수가 적어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상하이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졌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중국과 태국에 잇달아 져 동메달에 머물렀다. 세계선수권에선 1승4패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김연경은 “자존심이 상했고, 너무 속상했다. 세계선수권에선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네이션스리그,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까지 강행군을 치렀다. 세계선수권을 치를 즈음엔 체력이 바닥났다. 김연경은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큰 책임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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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중국전에서 블로킹을 피해 공격하는 김연경(왼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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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인 18세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연경은 어느덧 대표팀 주장이 됐다.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은 그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까지 뛰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대표팀 멤버들이 좋다. 올림픽에 두 번(2012런던 올림픽 4강, 2016 리우 8강) 나갔는데 메달을 따지 못했다. 도쿄에선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했다.

도쿄올림픽에 가기 위해선 내년 8월 열리는 대륙간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다행히도 대표팀의 랭킹은 10위에서 9위로 올라갔고,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맞붙게 됐다. 러시아만 이기면 1위에게 주어지는 티켓을 따낼 수 있다. 김연경은 "러시아가 쉽지 않지만 해 볼만한 상대"라고 했다. 만약 대륙간 예선 1위에 실패하면 2020년 1월 아시아 지역 예선을 노려야 한다. 개최국 일본과 대륙간 예선 통과 확률이 높은 중국을 제외하면 태국(14위)과 한국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은 "예선이 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어떻게든 꼭 이길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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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김연경. 김연경은 대회 MVP에 올랐으나 아쉽게 4위에 머물러 메달은 손에 넣지 못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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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배구계에는 김연경의 국내 복귀설이 나돌았다. 상하이와 1년 계약이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엔 샐러리캡(연봉합산 제한)이 있다. 14억원이 상한선이다. 현재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이 받는 몸값은 이를 뛰어넘는다. 김연경은 “아직 한국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며 “연봉 문제도 걸림돌이지만 아직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걸 원한다”고 했다. 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이 바로 김연경의 원동력인 것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도 그의 머릿속엔 오직 배구뿐이다. 엑자시바시에는 현재 세계적인 선수인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와 조던 라슨(미국)이 김연경과 함께 뛰고 있다. 한국·일본·터키를 거치면서 항상 팀의 일인자였던 김연경도 이들과 경쟁하면서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여야 했다. 공격 기회가 줄어든 대신 수비나 리시브 등 궂은 일은 늘어났다. 김연경은 “리시브를 하는 건 좋다. 서브를 받은 뒤 공격하는 리듬을 좋아한다. 하지만 득점을 더 올리고 싶다”며 “사실 예전엔 팀이 내 위주로 돌아갔지만 지금은 아니다. 많은 걸 느끼면서, 배우고 있다. 이 경험이 내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88년생인 김연경에겐 언제쯤 은퇴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김연경 특유의 시원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금 잘 하고 있잖아요. 가능하면 배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김연경이 꿈꾸는 확실한 미래도 있다. 바로 유소년 배구 활성화다. 김연경은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유소년 대회를 열었고, 올해는 스포츠아카데미도 만들었다. 선배 김사니 해설위원이 지도를 맡고 있는데 회원도 800명이나 된다. 김연경은 “태국은 예전엔 우리보다 전력이 약했는데 최근엔 이기기 쉽지 않은 팀이 됐다. 유소년과 대표팀 시스템을 단단하게 다진 덕분이다.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배구의 미래”라고 했다.

이스탄불(터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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