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 불균형 갈수록 심해져
정규직 진입장벽으로 격차 확대
“소득주도성장으로 더 벌어질 수도”
중앙일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회원국 가운데 2008년 이후 WID에 관련 자료를 공개한 31개국의 소득 집중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 집중도’는 2016년 기준으로 43.3%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자료 제공 기준 연도가 달라 정확한 비교를 하기는 힘들지만, 이 수치만 놓고 보면 31개국 가운데 9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상위 1%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집중도는 12.16%로 15위였다.
김낙년 교수는 “관련 자료가 등재된 50여개 국가 전체와 비교하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는 중간 정도지만, 복지 수준이 앞선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불평등도가 심한 편”이라며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초고액 자산가인 상위 1%보다는 상위 10% 계층으로의 소득 집중도가 더 크게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인으로 김 교수는 정규직 일자리로 들어가는데 일종의 ‘진입장벽’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상위 10% 계층에 진입하기 위한 경계소득은 연 소득 5141만원, 상위 1%의 경계소득은 1억3265만원이다. 대기업·금융권·공기업 정규직 수준의 연봉을 받아야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는데, 요즘과 같은 취업난에 이런 ‘질 좋은 일자리’를 갖기가 ‘바늘구멍’이다. 김 교수는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및 배당, 부동산 임대료 등 비근로소득 격차가 악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국의 이런 소득 집중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1%,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는 2013년 각각 11.63%·42.69%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계속 늘어 2016년에는 두 수치 모두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WID에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소득 집중도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일자리를 사라지게 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줄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득 불평등 심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경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정권의 탓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다만 정책을 펼치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정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자신들만 옳다고 믿고 밀어붙이다 보니 부작용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