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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실적 좋아도…근거도 안대고…식·음료값 ‘깜깜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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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격인상 40여곳…지난해 갑절

업체들, 불가피하게 올렸다지만

치킨·피자값 올 4~7월 집중 인상

월드컵 겨냥 선제 조처 ‘꼼수’ 지적

우유·제과 중량 줄여 우회 인상도



한겨레

올해 들어 식·음료 쪽 업체 40여곳이 판매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가격 인상이 20여 곳이었던 데 비해 갑절가량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계가 총대를 멨고, 하반기 들어서는 업계 1위 서울우유의 우윳값 인상을 시작으로 우유업체와 커피전문점이 물가 인상을 이끌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음식료 및 비주류 음료’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3분기 111.2(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말(104.6)보다 6.3%가량 크게 올랐다.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이 품목의 물가지수는 2016~17년간 분기별 최고치(2017년 3분기 107.7)에 육박했다.

실적 좋아도… ‘깜깜이’ 인상 업체들은 대부분 ‘생산 비용 증가’, ‘가격 인상 요인 누적’,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값을 산정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거나, 성수기 등을 틈타 갑작스레 가격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8월 소프트콘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는 불고기버거 등 11개 제품값을 평균 2.2% 인상했다. 버거류는 지난해 11월 33개 제품 가격을 평균 2.0% 인상한 뒤 1년1개월 만에 또 올렸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쪽은 “지난해엔 3년 9개월 만에 인상한 것이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압박이 컸다”고 했다.

실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코카콜라음료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음료의 매출액은 2015년 1조811억원, 2016년 1조1432억원, 2017년 1조1964억원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영업이익(율)도 2015년 1008억원(9.3%), 2016년 1113억원(9.7%), 2017년 1259억원(10.5%)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지난 2월 17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8% 올렸다. 2016년 11월에 이어 1년 3개월 만이었다.

특수·대목 전 ‘꼼수’ 인상? 교촌치킨, 도미노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은 월드컵을 앞둔 4~7월 집중됐다. 통상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는 배달음식이나 외식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이 때문에 대목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중량을 낮추는 식으로 ‘우회’ 인상을 하기도 한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월 우유 품목 가격을 올리면서 1ℓ를 900㎖로 줄였다. 일부 제과업체도 제품 중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시장에서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서 포장 질을 높이는 등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가맹점 요구에…” ‘책임미루기’ 인상? 비비큐는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2500원 올리면서 “가맹점주 입장을 반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일부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주문율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비큐는 지난해 가격을 올리면서 “가맹점주 고통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가맹점에 광고비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가격 인상을 철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 핑계도 빠지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논란이 커지면서 올해가 가격 인상 명분 확보에 ‘적기’로 여긴 것 같다”며 “사실 재고 관리, 생산 방식 등을 개선하면 원가 인상 압박을 어느 정도는 감당해낼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짚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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