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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어리니까 돈 더 줄게"… 10대 노리는 '성매매 마수' [탐사기획-누가 아이들의 性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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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채팅앱 통한 성매매 실태 취재 / 취재팀, 여성 청소년 가장해 접속 / 제안男 90% 2030… ‘시세’도 정해져 / 청소년 신분 밝혀도 아랑곳 안 해 / “국가 방치 속 性착취 갈수록 대범”

‘1만971명.’

지난 10년(2009년~올해 11월)간 아동·청소년 성매매 범죄로 경찰에 적발된 사람이 1만명을 넘어섰다. 성매매 범죄 특성상 수사 기관 단속의지에 따라 적발 대상은 들쭉날쭉할 수있다.

실제 현실은 어떨까. 누가 아이들의 성을 사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성매매에 나서는 것일까. 국가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이 문제에 우리는 얼마나 둔감한 것일까.

세계일보 취재팀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들 성을 사는 ‘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세계일보

십대여성인권센터 도움을 받아 10월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청소년 성매매 통로로 지목되는 스마트폰 채팅앱에서 여성 청소년으로 가장해 성매매를 적극 제안한 남성 30여명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18명을 현장에서 만나는 데 성공, 끈질긴 설득 끝에 일부 남성들한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어렸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20·30대가 90% 이상이었다. 10대와 50대 이상 남성도 있었다. 그들의 접근 방식은 다양했다. 대뜸 ‘조건만남(성매매)이냐’고 묻는가 하면 ‘밥부터 먹자’, ‘노래방·영화관에 가자’는 제안부터 하는 이도 있었다. 처음에 단순한 대화를 나누던 이들도 대부분 5분도 지나지 않아 ‘속내’를 드러냈다. 그들은 능숙해 보였다. ‘되는 것, 안 되는 것을 말하라’는 제안이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가 한두 번 일이 아닌 듯했다.

상대가 청소년이라는 건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상당수가 ‘교복을 입고 있느냐’, ‘교복을 입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청소년은 어렵다’고 한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

그마저도 1명은 성매매 대신 유사성행위를 요구했다.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하자 ‘친구와 셋이 성매매를 하자’는 다소 충격적인 제안도 해왔다. 그들은 대부분 승용차를 타고 나왔다. 18명 중 11명이 차량을 이용했다. 차에서 ‘만남’을 하려는 이도 있었으나 자신의 집, 자신이 아는 장소로 데려가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종종 여러 명과 동시 채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에 대비해 한 장소에서 다수 약속을 잡았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처음으로 만난 22세 남성은 흰 벤츠 차량을 몰고 나타났다. 그가 제안한 금액은 13만원. 그 세계에서는 ‘시세’도 정해져 있었다. 이른바 ‘간단’으로 불리는 유사성행위는 5만∼8만원, 성매매는 10만∼20만원이었다. 심각한 가학행위를 제안하며 50만원 이상을 부르는 경우나 “매달 용돈을 주겠다”며 ‘스폰’을 제안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청소년인데 괜찮으냐’는 말에 그들은 대부분 이렇게 답했다. ‘어리니까 돈 더 줄게. 얼마 필요해. 돈 필요할 때마다 연락해.’

십대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16일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단순히 ‘그들’만의 일이라고 방관하는 사이 청소년 성 착취 양상이 점점 대범해지고 있다”며 “정부에 수년간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영상팀=서재민·이우주 기자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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