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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고보니 스낵 ‘넘버 3’…니들이 ‘포테이토칩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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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계 넘버3]

1980년대 등장해 밀가루·옥수수스낵 이어

스낵류 3위 차지

[공법은 ‘간단’하죠]

좋은 생감자 넉넉히 구해

얇게 잘라 튀기고 포장 20분이면 뚝딱

[기술이 진입장벽]

껍질 얇아 흠집 잘나고 사시사철 나지도 않고

얇게 썰다 우르르 버리고 당분 많아 튀기다 변색

[난이도 1급 공법 덕에]

밀가루·옥수수스낵보다 “선진 과자” 긍지

미국 등 과자강국에서 즐겨 찾기 때문이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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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소비, 비스킷서 스낵류로.”(ㄷ일보, 1987년 9월23일)

1987년 ‘독재’ 타도의 거센 민주화 열풍 속에 제과업계에도 작은 돌풍이 일었다. 가공식품 수출까지 이끌던 비스킷류(구운 과자) 성장세가 꺾이고, 스낵류(튀긴 과자)가 처음 과자 매출 1위를 꿰찬 것이다. 비스킷의 ‘독주’에서 벗어나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스낵 시장에선 실험이 펼쳐졌다. 과감했다. 제과업체들은 앞다퉈 당근, 연근, 호박, 사과, 딸기 등 야채와 과일을 원물 그대로 튀겨 스낵(원물 스낵)으로 내놨다. 대다수는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원물 스낵이 있다. 감자칩이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감자스낵 포테이토칩의 소비가 늘면서 급격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감자칩은) 서구에서는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어 전체 스낵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스낵식품이다.”(ㅁ경제, 1991년 1월30일)

감자칩은 밀가루 일색이던 스낵 시장을 휘저었다. 국내 생산 첫 감자칩은 1973년 삼양라면 ‘감자칩’으로 추정된다. 다만 원물을 그대로 튀기는 방식은 아니어서 시장이 작았다. 첫 생감자칩인 농심 ‘포테토칩’(1980년)에 이어 오리온 ‘포카칩’(1988년)까지 출시되며 감자칩 시장이 활짝 열렸다. 당시 업계에선 감자칩 유행이 서구형 입맛으로의 ‘전환’이자 스낵시장의 ‘진화’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감자는 구황작물이라는 인식과 달리, 생감자칩은 여러모로 ‘만만한’ 스낵이 아닌 까닭이다.

예민한 감자의 ‘비싼’ 몸값

과자는 재료와 생산 방식 등에 따라 크게 스낵, 비스킷, 웨이퍼(‘웨하스’류), 쿠키 등으로 나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닐슨코리아 기준) 집계를 보면, 스낵은 지난해 소매점에서 매출 1조3611억원을 거둬 과자 1위를 차지했다. 스낵은 원재료에 따라 밀가루(소맥)·옥수수·감자·넛츠·쌀스낵 등으로 또다시 나뉘는데, 밀가루스낵이 부동의 1위다. 가짓수도 많고, 개별브랜드도 ‘새우깡’(2위), ‘오징어땅콩’(5위), ‘맛동산’(7위) 등이 포진해있다.

감자칩은 스낵 3위다. 개체 수가 적은 탓에 ‘꼬깔콘’, ‘콘칩’으로 대표되는 옥수수스낵의 아성조차 쉬이 깨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감자칩을 ‘선진 과자’로 친다. 밀가루·옥수수스낵보다 비교적 후발주자인데다가, 미국·영국·독일 등 과자강국에서 즐겨 찾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감자칩을 선호하는 현상도 감지된다. 오리온에 따르면, 베트남에선 지난해 생감자칩 매출이 2016년 대비 31.6% 올랐다고 한다. 스낵 시장 점유율도 2016년 8.1%에서 2017년 8.8%, 올해 10.0%로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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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여러 재료를 배합하는 다른 스낵과 달리, 감자칩은 원물을 직접 가공하는 터라 단가가 세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감자칩은 대개 60~66g으로, 중량이 비교적 가볍다. 오리온 관계자는 “‘포카칩’은 효자 제품이지만 영업이익률은 다른 스낵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감자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질소과자’라는 오명에 감자칩도 할말이 있는 셈이다.

감자칩 맛을 좌우하는 감자는 민감하다. 기후에 예민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수미’ 종자는 껍질이 얇아 흠집이 잘 나는데다가 당분이 많아 튀기는 과정에서 변색도 잘돼 가공용으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다만 농심은 진공 상태를 이용해 보통 감자칩보다 섭씨 50도가량 낮은 130도에서 튀기는 공법을 개발해 2010년 ‘수미칩’을 생산해냈다. ‘대서’ 종자는 해태의 ‘허니버터칩’, 농심의 ‘포테토칩’ 등 대부분 감자칩에 쓰인다. 오리온은 2000년 ‘두백’ 종자를 개발해 ‘포카칩’, ‘스윙칩’ 등에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는 전국 농가와 계약을 맺고 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덕분에 올봄 감자 가격이 치솟았을 때도 감자칩 가격엔 큰 변동이 없었다. 6~11월 수확한 감자를 대규모 저장고에 보관해두고, 부족하면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서 등 품종을 일부 수입하는 식이다. 저장고 확보와 품질 유지에는 기술과 비용이 든다. 지난 12일 농심 아산공장서 만난 권택상 품질관리팀 부장은 “사시사철 맛있는 감자칩을 맛보기 위해서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함량을 균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감자를 다듬는 과정부터 맛내기, 포장까지 사람 손이 많이 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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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좋은 감자를 확보하고 나면, 감자칩을 튀기고 포장하는 데는 20여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반죽, 건조 등 전처리에 최대 2~3일 소요되는 쌀스낵보다는 신속하다. 하지만 얇게 써는 과정에서 크기가 맞지 않는 부분은 ‘함량 미달’로 탈락하고, 튀기는 과정에서 갈변된 부분은 곧장 쓰레기통 행이다. 감자칩을 ‘난이도 1급’으로 만드는 또다른 이유다.

물론 감자칩이라고 다 같진 않다. 감자분말을 쓰는 성형감자칩은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반죽 과정에서 맛을 내기도 비교적 쉽다고 한다. 켈로그의 ‘프링글스’는 대표적인 성형감자칩이다. 생감자칩은 감자를 잘라 그대로 튀기기 때문에 크기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짜고 기름지다? 절반은 틀린 소리!

‘만년 3위’던 감자칩이 2위 옥수수스낵을 제친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2014~15년 해태의 ‘허니버터칩’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매출이 반짝 늘었다. 허니버터맛 유행이 저문 2016년에는 뚱뚱한 감자칩들의 ‘2차전’이 펼쳐졌다. 평균 1.2~1.4㎜수준이던 두께가 2㎜(‘수미칩’)에서 3㎜(‘무뚝뚝감자칩’)까지 두툼해졌다.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유행은 짧고 삶은 길다. 저염식·건강식 열풍이 불면서 감자칩은 3위로 밀려났다.

흔히 감자칩은 기름기가 많고 짜서 몸에 ‘특히’ 나쁘다는 편견이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릴 수 있는 얘기다. 봉지당 지방 함량은 23g(‘포테토칩 오리지널’), 25g(‘포카칩 오리지널’) 등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나트륨 함량은 200㎎(‘허니버터칩’), 250㎎(‘포카칩’), 260㎎(‘포테토칩’) 정도다. 스낵 1위인 ‘꼬깔콘’(72g)이 350㎎, ‘새우깡’(90g) 610㎎, ‘오징어땅콩’(98g) 320㎎인 데 견주면 감자칩이 유달리 짜다고 보긴 어렵다. 감자 고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양념을 절제하는 감자칩과 달리, 대부분의 다른 스낵에는 여러 재료를 섞은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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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이 ‘선진스낵’의 대표 격이라면, ‘후진스낵’도 있을까.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라마다 생산이 원활한 작물 종류나 입맛에 따라 다르단 것이다. 다만 밀가루스낵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여러 맛을 가미해 쓸 수 있어 난도는 낮은 쪽에 속한다는 게 업계의 속설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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