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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로스쿨 출신 女변호사들이 접견 전담했다? 변협 윤리연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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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한변호사협회./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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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윤리연수서 ‘로스쿨 여성변호사’ 비하 내용
로스쿨 출신들 발끈 "연수원 출신 男변호사로 써야"
변협 측 "해당 강사가 실수로… 재발방지 약속받아"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변협 윤리연수’ 과정에서 로스쿨 출신 여성 변호사들을 비하하는 내용을 강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변협에 공식 항의했고, 변협 측은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변협이 주관한 변호사 윤리연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변호사들은 이 연수를 2년에 2시간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문제가 된 지난 12일 연수는 법원장 출신의 변협 징계위원장이었던 김대휘 변호사 강의로 진행됐다. 로스쿨 출신은 물론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등 모두 80여명이 수강한 강의였다.

강의 주제는 변호사들의 품위유지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별도의 교재를 준비해 2016년 변협의 징계 청구가 됐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때 ‘로스쿨 2년차 여성변호사들이 접견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한 명은 2달간 463회, 한 명은 3달간 604회 접견을 해 징계 청구됐다’는 내용이 소개된 것이다. 접견 전담 변호사는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속칭 ‘범털’로 불리는 대기업 회장이나 거물 정치인 등이 변호사 접견을 명목으로 면회 시간을 자유롭게 쓰거나 휴식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옥바라지 변호사’를 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구속 기간 중 변호사 접견을 이유로 매일 수용실을 비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최 회장은 구속돼 있던 2013년 2월~2014년 7월 사이 무려 1600여 차례나 변호사 접견을 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구속된 2014년 12월 30일부터 1심 선고 직전인 2015년 2월 9일까지 42일 동안 변호사 접견만 81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협은 작년 6월 김모(34) 변호사가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수용자 접견만 2210번 한 사실을 확인하고 ‘접견권 남용’을 이유로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접견 변호사 문제는 변호사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은 맞는다. 하지만 변협의 윤리연수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례만 꼬집은 것에 대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로스쿨 수험생과 출신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로이너스’에는 강의 이튿날 ‘이게 변협 윤리 교육 교재에 나올 표현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글을 올린 김모 변호사는 "(교재에는) ‘연수원 변호사’라는 표현은 당연히 없다. (강사는) 여성변호사들에게 접견을 시킨 대표 변호사를 ‘연수원 출신 남성 변호사’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언론도 아닌 변협 연수에서 이런 악의적인 표현을 들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또 "‘접견 변호사’라는 말을 쓰는 의미는 ‘변호사랍시고 법률지식을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성적 매력을 팔아 돈을 버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글이 올라오자 커뮤니티에는 "접견 관련 징계 공고를 보면 연수원 출신도 많은데 답답하다", "남성 변호사도 ‘집사 변호사’하는 사람 적지 않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또 "아직까지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저 사례에 나온 변호사들은 대표 잘못 만난 잘못밖에 더 없다"는 댓글도 있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도 나섰다. 한법협은 "변호사 윤리 연수에서 저런 내용이 언급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변협에 항의했다. 한법협은 "변협 교육이사에게 주의조치를 요구했고, 변협이 유감 표명과 함께 문제의 표현을 즉각 정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변협 관계자는 "‘로스쿨 여성 변호사’라는 내용은 강사가 과거 기사를 (교재로) 옮기는 과정에서 담긴 것으로 안다"면서 "강사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 유감이다’는 입장과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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