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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혁신학교 뜨거운 논란… 우려와 기대 속 현실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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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혁신학교(확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강남 송파지역의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혁신학교(초등 2곳, 중 1곳)를 세우려다 반대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1년간 예비혁신학교 지정’으로 한발 물러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혁신학교는 지식 암기·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과 토론과 체험 중심 교육 등으로 주체적인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언뜻 보면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학교 모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혁신학교 반대론자들은 학생들의 학업 소홀과 학력 저하, 이념교육 노출, 사교육비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다. 요컨대 ‘입시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반학교보다 못한 학교’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일까, 편견에 불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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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학생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 자녀가 혁신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그러한 우려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대’만큼 혁신학교가 따라가주지 못하는 측면도 적잖았다.

1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월 혁신 초·중·고교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36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가 혁신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소홀히 했는지’에 대해 ‘그렇다’(5.6%)와 ‘매우 그렇다’(1.2%)는 응답율은 6.8%에 그쳤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답변도 7.6%에 불과했다. 자녀가 혁신학교에 다니는 동안 이른 바 ‘나쁜 아이들’이 많았는지와 교사들이 이념교육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인정한 답변 역시 각각 2.9%와 5.9%밖에 안 됐다. 다만 학업 보충을 위해 사교육비가 많이들었다는 응답률(14.3%)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어쨌든 혁신학교 반대 논리로 거론되는 주요 사유에 대해 응답자들이 동의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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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평가원이 2009년 혁신학교 도입 당시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 추이를 파악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마지막으로 진행된 2016년까지 혁신중학교 5곳과 동일 지역·규모의 일반중학교(비교매칭학교) 5곳, 전국 일반중학교의 국어·수학·영어교과 학력을 비교한 결과다. 당초 학력수준이 제일 낮았던 혁신학교의 학업성취율은 꾸준히 상승해 비교매칭학교를 앞질렀고, 전국 일반학교 수준에 근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입 초기 교육 여건이 취약한 지역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다보니 일반학교에 비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편이나 지정 이후 격차가 줄고 학업성취도 향상 등의 성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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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내기 전 품었던 기대와 실상은 차이가 있었다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기대했던 비율(그렇다+매우 그렇다)은 85.8%였지만 실제 그랬는지에 대해선 77.5%만 동의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부모로 분리해 보면 동의율은 각각 67.6%와 50%로 평균치에 크게 못미쳤다. 특히 상급학교로 갈수록 혁신학교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현실 간 괴리가 컸다. 예컨대 고등학교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혁신학교에서 스트레스 없는 학교생활을 할 것으로 66.7%가 기대했으나 ‘기대대로였다’는 응답율은 37.5%로 뚝 떨어졌다.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움’(기대 87.5%, 현실 50%), ‘교장의 민주적 학교 운영’(〃83.3%,〃37.5%), ‘최선을 다하는 교사’(〃79.2%, 〃54.1%) 항목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혁신학교인 서울 삼정중 박진교 부장교사는 “기존 공교육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환경을 기대한 혁신학교도 입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포용성과 다양성, 자율성,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등을 기를 수 있는 혁신학교 출신이 대입 수시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며 “혁신학교의 강점을 살리고 문제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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