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15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서울행 대한항공 KE614편 여객기에 탄 360여 명의 승객은 오후 3시25분으로 예정된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인 3명과 홍콩인 1명 등 20대 승객 4명이 이륙 직전 갑자기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승무원에게 이들은 급한 일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 14일 홍콩에서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참가한 한 아이돌그룹의 극성팬들이었다.
아이돌그룹 응원 피켓을 들고 있던 이들은 퍼스트클래스 2석, 비즈니스 1석, 이코노미 1석 등 모두 4석의 비행기 표를 예약해 기내에 오른 뒤 아이돌그룹이 앉아있던 좌석으로 몰려갔다.
승무원들 저지에도 불구하고 아이돌그룹과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이들은 잠시 후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억지를 부리기까지 했다.
이륙 직전의 여객기에서 한 명의 승객이라도 내리는 경우 위험한 물품을 기내에 놔둔 채 내렸을 우려가 있어서 해당 여객기에 탄 모든 승객이 내린 후 보안점검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항공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규정을 언급하는 승무원들의 말에도 막무가내로 내리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아이돌그룹을 포함한 승객 360여명은 모두 자신의 짐을 든 채 비행기에서 내려 보안점검을 다시 받아야 했고, 이 여객기는 1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20분쯤 이륙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
홍콩 경찰은 조사를 요구하는 대한항공 측에 승객들의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절했다.
아이돌팬 4명에게 항공요금을 환불해준 데다가 이륙 지연에 따른 비용을 홍콩국제공항에 지불하는 등 대한항공만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비행기에 타기까지 하는 것은 드물지만, 아이돌그룹의 극성팬이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공항 탑승구까지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본 후 돌아가겠다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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