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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륙 전 "내리겠다" 극성 한류팬…대한항공 출발 1시간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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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과 중국인 등으로 알려진 한류 아이돌그룹 극성팬들이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수백명 승객이 보안점검을 다시 받은 황당한 일이 홍콩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16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15일 홍콩국제공항에서 서울행 대한항공 KE614편 여객기에 탄 360여 명의 승객은 오후 3시25분으로 예정된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인 3명과 홍콩인 1명 등 20대 승객 4명이 이륙 직전 갑자기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승무원에게 이들은 급한 일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 14일 홍콩에서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참가한 한 아이돌그룹의 극성팬들이었다.

아이돌그룹 응원 피켓을 들고 있던 이들은 퍼스트클래스 2석, 비즈니스 1석, 이코노미 1석 등 모두 4석의 비행기 표를 예약해 기내에 오른 뒤 아이돌그룹이 앉아있던 좌석으로 몰려갔다.

승무원들 저지에도 불구하고 아이돌그룹과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이들은 잠시 후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억지를 부리기까지 했다.

이륙 직전의 여객기에서 한 명의 승객이라도 내리는 경우 위험한 물품을 기내에 놔둔 채 내렸을 우려가 있어서 해당 여객기에 탄 모든 승객이 내린 후 보안점검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항공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규정을 언급하는 승무원들의 말에도 막무가내로 내리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아이돌그룹을 포함한 승객 360여명은 모두 자신의 짐을 든 채 비행기에서 내려 보안점검을 다시 받아야 했고, 이 여객기는 1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20분쯤 이륙했다.

세계일보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홍콩 경찰은 조사를 요구하는 대한항공 측에 승객들의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절했다.

아이돌팬 4명에게 항공요금을 환불해준 데다가 이륙 지연에 따른 비용을 홍콩국제공항에 지불하는 등 대한항공만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비행기에 타기까지 하는 것은 드물지만, 아이돌그룹의 극성팬이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공항 탑승구까지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본 후 돌아가겠다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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