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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스윙키즈' 오정세의 근거 있는 자신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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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영화가 든든해요. 스코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작품으로 봤을 때 부끄럽지 않고 뿌듯한 영화가 나와서 만족스러워요."

배우 오정세에게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져다준 영화는 19일 개봉을 앞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제작 안나푸르나필름)다. '스윙키즈'는 1951년 다인종이 수용됐던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전쟁과 이념의 시대에 '춤'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야기. 오정세는 극 중 아내와의 재회를 꿈꾸는 로맨틱한 남자 강병삼을 연기했다.

오정세는 전작인 영화 '타짜-신의 손'를 통해 인연을 맺은 강병철 감독에게 '스윙키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감독님이 '정세야. 영화 하나 같이 할래? 내용은 재미가 있는데 소소한 역할이다. 마음에 들면 하고 아니면 다음 영화에 같이 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고 병삼이라는 인물이 제가 언젠가는 표현해보고 싶던 감정선을 갖고 있던 친구였다. 병삼이는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과 가장 불행한 감정이 동시에 크게 맞닿는 인물이다. 그래서 제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강병삼을 지푸라기 색을 가진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병삼은 전쟁통에서 아내가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서 속상하고 슬픈 감정을 가진 친구"라며 "쓸쓸하기도 하고 춥기도 한 지푸라기 같은 색을 가진 인물이다. 영화에서 많이 표현은 안 됐지만 전 병삼이가 남들보다 머리는 길었으면 좋겠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 보다 얇은 옷을 입는 게 어울릴 것 같아서 고증을 통해 반영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윙키즈'는 전쟁 속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스윙키즈라는 댄스팀이 모여 탭댄스를 추면서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오정세는 강병삼의 정서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삼이가 자칫하면 단순히 춤에 흥미를 느낀 걸로만 표현되면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삼이 춤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재미를 느낀 점을 같이 가지고 가려고 했다"며 "저한테 병삼은 정서적인 게 훨씬 더 컸다. 유쾌하고 밝고 장난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큐적인 정서를 가지고 가고 싶었다. 진짜 생이별한 이산가족들의 감정으로 접근하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집에서 촬영 현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극 중 아내 매화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시작했다. 현장에 가서도 절실하게 그리웠다. 그런 그리움이 기본 밑바탕에 짙게 깔려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탭 연습을 했지만 연습하러 갈 때 '어제 이 동작을 배웠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 춤을 왜 췄는지 절실함, 그리움을 많이 갖고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정세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갖기 위해 일부러 매화 역을 맡은 배우와 만나지 않고 그의 성장 사진을 보면서 정서를 쌓으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제 상상 속에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쌓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먼저 다큐를 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고 사전에 안 불편한 선에서 그 친구의 어렸을 때 돌사진부터 성장 사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진을 받아서 '이 친구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리워하고, 지금은 헤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노력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두 번 정도 보고 몇 개월 동안 못 봤다. 그 친구 또한 저를 배려를 해준다고 일부러 저를 피해 있다가 촬영 있을 때 제 눈앞에 나와주고 그랬다"고 털어놔 모두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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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한 오정세는 '스윙키즈'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코믹'까지 책임졌다. 그는 영화 속에서 첫 등장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스윙키즈 댄스팀 오디션에서 미친 듯이 상모를 돌리며 시선을 강탈한 것. 이에 그는 "상모돌리기 신에서는 정말 무식하게 계속 돌렸다. 생각보다 많이 어지러웠다. 코끼리 코를 1분에 50번씩 도는 느낌이었다. 후반부 되니까 제 의지와 상관없이 침도 나오고 그랬다. 감독님이 의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표현해주셔서 신이 풍성하게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샤오핑 역의 김민호와 춤으로 대화하는 신 또한 '스윙키즈'의 킬링 포인트. 그는 "어떻게 표현이 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그는 "영화에서 내용이 잘 전달이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촬영 전날까지 민호랑 상의를 했었다. 같이 고민도 하고, 대사에 나와 있는 것 말고 새로운 대사들을 쓰기도 했다. 춤도 개발도 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가지고 갔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조각을 해주셨다"며 쉽게 나온 신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했다. 또 그는 "그런데 하필 그날 영화 관계자분들이 현장에 방문해서 촬영하는 걸 봤다. 앞뒤 없이 이것만 보면 뻘쭘하지 않나. 그분들은 영화가 잘 돌아가고 있나 보러 왔다가 우리가 하는 걸 보고 의아해하면서 돌아갔는데 영화 앞뒤를 붙여보니 따뜻한 신이 나와서 뿌듯하다"며 안도했다.

오정세가 출연하는 장면은 모두 명장면이었지만 그가 직접 꼽은 명장면은 따로 있었다. 그는 "전 결말 부분이 다른 의미에서 좋았지만 특히 스윙키즈가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 신이 좋았다"며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산타가 돼주는 따뜻한 신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상 병삼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게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마지막 스윙키즈 공연이 아닐까 싶다. 병삼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스윙키즈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공연에 참여한 거다. 반박자 느리고 서툴더라도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스윙키즈'는 송강호 주연의 영화 '마약왕', 하정우 주연의 영화 'PMC:더 벙커' 등과 함께 극장가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오정세는 '스윙키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저희에게는 강형철 감독님과 로기수(도경수), 양판래(박혜수), 샤오팡(김민호),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등이 있다. '대작 사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조바심이 안 든다. 그냥 자신감이 있다. 스코어는 그냥 보너스 같은 느낌"이라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스윙키즈' 천만 무대 인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여유 섞인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그는 "관객들에게 이런 '스윙키즈'의 정서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선두에 놓인 작품이 아니라서 그냥 사전 정보 없이, 기대 없이 무방비 상태로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새로운 경험을 하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끝나고 가져가는 생각은 관객들마다 다르겠지만, 큰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관람을 독려했다.

오정세가 '스윙키즈'에 대해 이야기는 내내 그가 영화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보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강병삼이라는 캐릭터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그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살았던 그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이게 바로 그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자신감의 근거이자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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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승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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