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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심층분석] 김정은 연내 답방 무산 후폭풍...다시 짜는 南·北·美 외교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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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노민호 하수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와 정부도 이제 내년초 답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핵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난달 예정됐던 북미고위급회담이 북측의 요청에 따라 돌연 무산되면서 '돌파구'로서 한미 간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 1월 서울 답방에 대한 물밑조율이 현재 진행 중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면서 남북미 간 예상됐던 외교일정도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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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비핵화 협상 '타임테이블' 전면 수정될 것"

당초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신년사 발표→북미정상회담' 순서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면 국제사회에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협상 타임테이블'은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의 신년사에 담길 김 위원장의 의중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내년초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면, 다른 일정들은 연내 답방 무산으로 인해 조금씩 연기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발산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올해 폭넓은 다자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해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신호)이 나오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며 "내년 1월 개원하는 미국 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방식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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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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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서울 답방 시기 저울질할 듯"

내년 1월말, 2월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전 또는 이후에 열릴지 여부도 관심사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내년초 북미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보다 먼저 열릴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이 선행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속도를 못 내고 있는 북미 간 고위급협상은 물론이고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뒤에 답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한 만큼 이제 비핵화 협상의 키가 남북정상회담이 아닌 북미정상회담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서울을 찾을 수도 있다"며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 이후 북미 간 추가 합의 내용을 들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 동력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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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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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렬 "연내 북미고위급회담 개최가 급선무…文정부 적극적 역할해야"

반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선후를 따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적으로 연내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 이를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고, 벌써 한 달이 넘게 북미고위급회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그러면서 "당초 거론됐던 1월말 또는 2월초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언급되는 것이지, 북한과 합의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특히 "이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다"며 "지난달 무산됐던 북미고위급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고 북한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때, 북미고위급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어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려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내년 1월, 2월이 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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