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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죽음은 하청노동자의 몫인가"…故 김용균 촛불추모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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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입고 웃었지만…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조명없이 작업

"근무 개선 못 말해 미안…비정규직 없는 나라서 태어나길"

뉴스1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사망 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2018.12.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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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15일 매운 추위 속에서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24)의 넋을 기리는 촛불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밝혔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운전원'이었던 김씨가 남긴 것은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작업복,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속옷과 세면도구가 전부였다.

특히 그가 위험기계인 컨베이어에서 수시로 낙탄 제거 작업을 했으며, 불규칙한 지시 탓에 매번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날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죽음의 외주화'를 비판했다.

◇"왜 항상 위험은 하청노동자의 몫인가…책임자 처벌하라"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2차 촛불 추모제를 진행했다.

추모제에서는 이날 공개된 유품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김씨가 지난해 9월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하기 전 정장을 입고 환하게 웃는 생전 영상이 공개됐다.

김씨의 동료들은 추모사에서 김씨를 부르며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한 용균아 미안하다. 근무 조건 개선해달라고 더 크게 말 못 한 나와 너의 동료들이 너에게 참 미안하다"고 못다 한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24살 꽃다운 나이에 먼저 너를 보낸다. 다음 생에는 비정규직 없는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KT노동자 나모씨는 "왜 노동자의 아들만 죽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젊은 동지들이 죽지 않고 잘 사는 나라, 좋은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죽음의 외주화'를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지난 14일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상당수가 지켜지지 않았고, 서부발전은 책임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김씨가 위험 현장에서 홀로 일하다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재점화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5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고(故) 김용균씨(24) 유품을 공개했다. 유품에는 김씨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 면봉,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 등이 들어있었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2018.12.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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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도 2년전 ‘구의역’ 김군도…‘컵라면’ 유품

시민들은 김씨의 유품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탄식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운전원 대기실에서 발견된 김씨의 유품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매번 끼니를 때웠던 컵라면 3개, 과자 1봉지가 들어있었다.

또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 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도 있었다.

김씨의 동료들에 따르면 김씨는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낙탄을 치우는 작업에 투입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밤에도 그는 헤드랜턴조차 없이 위험한 컨베이어 속으로 몸과 머리를 들이밀어야 했다. 그가 사비를 들여 산 손전등조차 고장 난 상태였다.

불규칙한 작업지시 탓에 끼니는 늘 라면과 과자로 때워야 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한 동료는 "김씨의 어머니가 '일할 때 우리 아들한테 영상통화하면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하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묻자 다른 동료가 ’매번 라면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군(당시 19세)의 가방에서도 그가 밥 대신 먹었다던 컵라면이 나와 주위의 가슴을 울린 바 있다.

이날 촛불을 들고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 300여명도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연호하면서 "책임자를 엄벌하고 사고 경위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날 광장에는 김씨의 넋을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대책위는 오는 21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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