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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정은 답방에 남남갈등? 좀 더 들여다보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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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민 환영단’은 서울 시내 곳곳에 가판대를 설치, 한반도기가 그려진 엽서에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성된 엽서 4천727장 가운데 일부를 전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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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을 ‘위인’으로 칭하는 위인맞이환영단, 백두칭송위원회, 백두수호대 등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북한 체제나 지도자를 대놓고 칭송, 지지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이 중 가장 ‘핫한’ 단체는 김수근씨가 대표로 있는 위인맞이환영단이다. 김씨는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김정은은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의) 경제발전을 보면서 팬이 되고 싶었다”며 “시진핑이나 푸틴은 20년 넘게 (집권)하는데 왜 그건 세습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수성향 단체들은 이들을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동시에 이들은 ‘김정은 체포조’ 등도 꾸렸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김정은 서울 오면 참수부대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한 탈북주민 의견을 소개하며 “울분에 받쳐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칭송’, 오히려 갈등 조장

단순히 이런 상황만 보면 한국 사회의 오래된 이념대립, 남남갈등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양쪽 진영 내에서도 이들 목소리는 극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주장과 언론이 여기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남북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는 단체는 백두수호대, 위인맞이환영단, 백두칭송위원회 외에도 서울시민환영단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등이 있다. 서울시민환영단은 엽서쓰기, 서울 정상회담이 발표되는 날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권순영 서울시민환영단 기획단장은 “대다수 국민이 서울 정상회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두 정상의 만남이지만 시민들도 평화의 분위기를 느껴보자는 의미에서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엽서쓰기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5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위인맞이환영단과 같은 단체로 아는 사람도 많다. 이에 권 기획단장은 “서울 정상회담이나 김정은 답방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다. 시대의 전환이다. 그 과정에서 혐오나 갈등을 넘어야 하는데 오히려 조장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시민환영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단체의 활동이 구설수에 올라서 약간 난감한 상황이긴 하다”며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 혹은 평가보다는 서울 정상회담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회의원인 이상규 민중당 대표도 지난 4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환영사업을 하는 단체마다 제각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좀 더 과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지만 모든 환영사업은 다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도 민중당은 김정은 위원장 개인을 위인화하는 방향으로 활동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

6·25전쟁남북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12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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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포한다? 한심한 소리”

‘내적 갈등’은 보수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답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만 주목받고 있지만 서북청년단 정함철 위원장은 “뭐가 두려워 어둠의 지도자가 빛 가운데로 나오는 것을 반대하나. 기꺼이 환영하자”면서 “지금처럼 무조건 반대하는 행위는 되레 대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 보수세력에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 6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환영한다는 응답이 61.3%, 반대한다는 응답은 31.3%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수진영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대한애국당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김정은 답방을 반대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남북문제의 본질은 북핵이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북한 홍보만 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핵과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다는 70대 노모씨는 “젊은 사람들과 우리가 느끼는 게 다르다. 내 손녀들도 정상회담에 찬성한다”며 “안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보는데 ‘김정은 체포조’ 이런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심하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7조와 관련해서도 균열의 목소리가 생기고 있다. 최홍재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책 <대한민국을 부탁해>에서 “공산주의를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자유는 있어야 한다. 선전할 자유까지는 문제 삼지 않되 그들과 연결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활동만 처벌하자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영환 ‘준비하는미래’ 대표도 “황당한 주장, 몰상식한 주장, 형편없는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런 것을 못하게 막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크다”며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주장했다.

물론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도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몫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들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다. 김수근씨도 “금기를 깨고 싶었고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왔을까를 보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 법학자는 “어느 사회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이 문제인데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앞두고 나오는 양 극단의 목소리가 그렇다. 3대 세습이든 북한 인권, 그리고 김정은의 협상력 등 없는 것은 없고 있는 것은 있다고 해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 부각하는 언론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언론담당 김연희씨는 “우리 사회 금기를 깨고 싶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서울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많은데도 극단적인 ‘답방 환영 VS 답방 반대’으로만 프레임이 짜여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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