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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영수 특검 출범 2주년… 적폐청산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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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21일 현판식 갖고 70일 수사 대장정 돌입 / 김기춘·조윤선 등 30명 구속기소… "역대 최고의 성과" / 대법원 재판 길어지며 박근혜·최순실 빼곤 대개 풀려나 / 박영수 "국정농단 빠른 종결 원하는 국민 마음 읽어야"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판식을 갖고 공식 수사에 돌입한 것이 오는 21일로 꼭 2주년이 된다. 특검팀은 앞서 검찰이 기소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추가 기소하는 등 총 30명을 재판에 넘기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특검팀이 기소한 양대 중요 사건이라 할 삼성 뇌물 사건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은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특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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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하게 된 윤석열 검사(왼쪽)가 박 특검의 사무실로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박근혜·황교안 반발로 70일 만에 '미완의 종결'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2016년 12월21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활동기간(70일)에 돌입했다. 윤석열(현 서울중앙지검장) 검사 등 검찰의 내로라라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파견 형식으로 특검팀에 합류해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특검팀의 첫 ‘타깃’이 됐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끈덕지게 물고 넘어졌다. 결국 문 전 장관이 2016년 12월31일 국민연금 측에 “삼성 합병을 찬성하라”고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되며 특검팀 출범 후 첫번째 가시적 성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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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지난해 1월12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집행을 주도한 혐의로 특검에 구속된 데 이어 1월21일에는 박근혜정권 최고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마저 철창 안에 갇히는 처지가 됐다.

특검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도 파헤쳐 지난해 2월15일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구속했다. 삼성의 뇌물공여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도 속도가 붙어 지난해 2월17일에는 앞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어이 특검팀에 구속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곧 박 전 대통령 측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청와대는 특검팀의 압수수색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마저 회피했다. 특검팀이 지난해 2월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권한이 정지된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지난해 2월27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 이로써 특검팀은 지난해 2월28일 그동안 수사한 대상자 30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90일의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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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고인 대부분 풀려나… "신속한 재판을!"

박 전 대통령은 특검 활동기간이 끝난 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항소심까지 징역 25년, 최순실씨는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특검팀이 기소한 이들 중 삼성 관련 뇌물수수 의혹 관련자가 8명이다. 1심에선 징역 5년 실형이 선고됐던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일단 풀려나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항소심에서 나란히 징역 2년6월 실형 선고를 받고 상고했는데 대법원 재판이 길어지며 구속기간을 초과, 현재는 석방된 상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자는 7명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조윤선 전 장관은 징역 2년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이 길어지면서 조 전 장관은 구속기간 만료로 일단 풀려났다. 김 전 실장은 변론 과정에서 “식물인간 아들 손을 잡을 수 있게 해달라”며 눈물로 하소연해 눈길을 끌었다. 역시 항소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김종덕 전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도 구속기간이 끝나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유라씨 이대 학사비리 관련자는 9명인데 최경희 전 이대 총장,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대 교수 등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등 박 전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 관련자들도 유죄 확정으로 재판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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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이었던 이규철 특검보가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특검 수사기간 종료 후 사임하고 변호사로 돌아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결국 국정농단의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김기춘 전 실장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치소에서 풀려나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기다리는 중이다. 박영수 특검은 얼마 전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재판 장기화로 다수의 주요 구속 피고인이 재판이 종료되기도 전에 구속기간 만료로 속속 석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정농단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희망했던 국민의 염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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