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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성준의 와이드엔터] 할리우드 전설의 ‘한때 그녀’ 손드라 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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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977년작 ‘건틀릿’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왼쪽)와 손드라 록. IM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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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LA의 한 극장에서 영화 ‘더 뮬’의 시사회가 열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오랜만에 연출과 주연을 겸한 23번째 작품으로, 이스트우드와 그의 전처 아들 딸 사위 그리고 지금의 연인이 시사회를 찾았다.

▶ 1930년생으로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구순(九旬)인 이스트우드는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그저 그런 연기력의 마초 액션스타로 출발해 ‘작가’가 된, 아주 보기 드문 사례이며 연출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 극 중에선 이성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제대로 섞지 않을 만큼 무뚝뚝한 사내이지만, 실생활에서의 이스트우드는 대단한 난봉꾼이었다. 작가 마크 엘리엇이 집필한 평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따르면 공연한 여배우마다 대부분 잠자리를 함께 했고 알려진 혼외자만 4명이며, 스스로 지칭하길 ‘결혼한 총각’이자 ‘잡X’이었다.

▶ 이스트우드의 그 같은 여성 편력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손드라 록이다. ‘무법자 조쉬 웨일즈’부터 ‘더티 해리 4 – 서든 임팩트’까지 모두 6편의 영화에서 10여년 넘게 이스트우드와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연인이었다. 금발 미모에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연출 재능까지 겸비해 밝은 미래가 점쳐졌으나, 별거수당을 둘러싸고 이스트우드와 기나 긴 소송을 벌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로는 할리우드의 변방으로 밀려나 자취를 감췄다.

이 과정에서 록은 이스트우드의 아이를 두 번이나 낙태했고, 유방암까지 앓아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

▶ 이스트우드로 흥하고 망했던 록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LA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는 뉴스가 14일 전해졌다. 향년 74세로 사인은 골수암에 따른 심장마비였다는데, 사망 사실이 왜 6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록의 사망을 신고한 사람은 남편 고든 앤더슨으로, 1967년 이후 50년 넘게 서류상 혼인 관계를 유지해 온 ‘법적 동반자’다.

▶ 이들의 엇갈린 말년을 지켜보며 조각가 로댕과 그의 조수이자 모델이고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이 떠오른다. 로댕이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받기 시작할 때, 정작 클로델은 정신병원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 이스트우드와 록, 로댕과 클로델 누가 인생과 예술의 승자이고 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따질 필요도 없을 듯 싶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건 인생과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예술남녀’들의 명암(明暗) 대비가 웬만한 영화 이상으로 극적이고 흥미로울 뿐이다. 인생과 예술은 도대체 무엇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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