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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안젤라의 푸드트립] 울산의 하루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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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한 최대의 공업 도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간절곶.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9개의 산이 유럽의 알프스만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영남 알프스. 장생포 고래고기, 언양 불고기. 모두 울산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네번째 목적지는 울산이다.

#몸을 정화시키는 오곡찰밥 연잎밥

아침 9시반. 서울역에서 KTX를 타니 2시반만에 울산에 도착했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먼곳처럼 느껴졌지만 KTX를 타니 금세다. 주말이면 울산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기차부터 매진이 되는 편이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아차!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날 일행 두명이 티켓을 미리 예매하지 않아 입석으로 서서갔다. 아무튼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됐고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산 속에 있는 산촌식당으로 갔다. 울산역의 이름을 자세히보면 통도사역인데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 중의 하나로 사찰음식인 연잎밥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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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곳은 가랑잎새라는 식당으로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산을 조금 올라가니 나무와 황토로 지어진 집이 보였다.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바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메뉴는 오로지 연잎밥 정식과 보쌈 정식이 두가지만 있는데 인원수대로 주문할 수 있다. 1인 정식은 없고, 2인 정식부터 시작된다. 자리에 앉자마자 10개 이상의 반찬이 상을 가득 채웠고, 나물요리부터 꼬막, 새우, 생선구이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상차림이 펼쳐진다. 어릴때만해도 연잎밥에서 한약냄새가 나는 것 같아 꺼려했었는데, 성인이 되니 연잎을 쪘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뿐만 아니라 쫀득 쫀득한 오곡찰밥이 몸을 정화시켜주는 기분이 들어서 젓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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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신선함 담은 우유 아이스크림

디저트 장소는 언양읍의 본밀크 까페를 선택했다. 민트색 외관에 소 한마리가 입구에 귀엽게 앉아있는 우유까페로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유진목장에서 모든 우유를 직접 짜온다고 한다. 우유까페이자 유제품 전문점 본밀크 (BON MILK)를 운영하는 정해경 대표는 부모님이 30년 이상 운영한 유진목장을 이어가는 낙농 2세. 20대가 시골에서 소를 키우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대표가 주목했던 것은 우유 자체보다는 우유 아이스크림, 요거트, 치즈, 잼 등 유가공제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유소비는 줄고 있지만 유가공품의 소비는 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이탈리아에가서 젤라또 교육을 받았고 프랑스, 네덜란드 등 낙농 선진국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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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아이스크림과 흑임자 아이스크림 맛을 보았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먹던 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서울에서 판매는 일부 아이스크림은 원유가 아니라 분말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 텁텁한 편이지만, 본밀크는 목장에서 직접 짜온 우유로 만들어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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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명물 언양불고기

까페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쭉 걸으면 양쪽으로 끊임없이 언양 불고기집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으리으리한 분위기의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오후 5시반정도에 도착했는데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쓰고 기다렸고 그 시간에 이미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줄지어 나왔다. 언양불고기는 울산 언양읍의 향토음식으로 울산의 특산물인 쇠고기를 얇게 썬 뒤에 양념해 만든다. 불고기는 국물이 자작한 서울식, 숙성하지 않고 양념에 버무려 바로 석쇠에 구워먹는 광양식, 양념을 미리 버무려 숙성시킨 뒤 석쇠에 구워먹는 언양식이 유명하다. 언양은 일제강점기부터 도축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1960년대 이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전국에서 언양 불고기를 먹기 위해 찾아오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양념을 미리 재워두기 때문에 다른 불고기에 비해 짭쪼름한 편이며, 두툼한채로 석쇠에 구워서 고기를 씹는 식감도 좋다. 울산 미나리도 쌈채소로 같이 나와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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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돔페리뇽 복순도가

식사를 마치고 울산의 명물로 자리잡은 복순도가 막걸리 양조장으로 이동했다. 복순도가는 ‘막걸리계의 돔페리뇽 샴페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고급스런 천연 탄산 막걸리다. 복순도가는 직접 양조하는 대표 박복순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막걸리로 울산 울주군의 지역쌀로만 만든다. 항아리 속에서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천연탄산이 특징이다. 실제로 항아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를 들어보면 탄산이 보글보글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뚜껑을 여는 순간 병 속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눈으로 보는 것만큼 청량감이 넘치는 활발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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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물이 막걸리 양조장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짙은 먹색의 깔끔한 구조인데,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아들이 막걸리가 발효되어 익어가는 양조장이라는 의미를 더해 발효건축을 컨셉으로 지었다고 한다. 왼쪽에는 막걸리를 시음하고 맛볼 수 있는 까페가 있고, 오른쪽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빚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푸드디렉터 김유경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안젤라(본명 김유경)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1인 미디어 푸드채널 테이스티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가 하면 해외의 맛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는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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