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김상철 칼럼] 美·中 무역전쟁을 보는 5가지 관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상품·기술·북핵·일대일로 vs 인도-태평양전략·주변국 동향 등 -

아주경제



지난 12월 1일 ‘90일 간의 휴전’ 합의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물밑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간의 평가는 반반이다. 이번에는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과 양측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많아 결렬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 시각이다. 뉴욕증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일희일비’의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자에 무게 추를 두는 쪽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어 타결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한다. 미국 경제도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니고 피크를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고 쪽은 전쟁의 본질이 겉으로 드러난 무역보다 패권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타결이 되더라도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치면서 갈등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본다. 그간의 협상 과정을 보더라도 중국은 계속 시간 끌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리고 90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美·中 무역전쟁을 5가지 관점에서 우리의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첫째 관점은 상품 무역이다. 타결이 불발하면 미국은 중국 수출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겠다며 실탄을 장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물론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우리 상품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이 중국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올 11월 말 기준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6.8% 증가한 2935억 달러에 달했다. 우려가 기우에 불과한 것인지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관세로만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마지막 카드는 여전히 수면 하에 대기 중이다.

둘째 관점은 지적재산권 보호 부문이다. 상품보다는 기술이 중국에게 있어 절체절명의 이슈이다.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제조 2025’는 중국으로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의 미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즉 패권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도달해야 할 국가적 아젠다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중국 민영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술보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도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이 기술도둑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 양국 무역전쟁의 전면에 상품이 드러나 있지만 오히려 기술이 핵심 이슈다. 설령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미국산 자동차나 농산물 혹은 에너지 무역 등에서 상당한 양보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기술유출 차단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미국에 동조하고 있고, 중국은 일본에 추파를 던지면서 한국에도 순을 내밀 수 있다.

현상과 결과를 정확히 진단하면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익도 많다

앞의 두개 관점이 직접적인 것이라면 다음 세 개의 관점은 보다 간접적인 관점이다. 셋째 관점은 북핵 문제이다. 이는 양국 무역전쟁의 레버리지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북한을 자극하여 미국 측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강요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빌미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북한도 미국과 중국의 이런 계산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넷째 관점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이는 아시아 주변국들의 편 가르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편이냐, 아니면 중국 편이냐 하는 줄 세우기인 셈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이 더 이상 커지는 것에 대해 미국이 좌시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이 지역 강자인 일본-인도-호주를 다이아몬드로 연결하여 중국의 진출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섯째 관점은 일본은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의 행보이다. 실제로 안보나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의 지나친 아시아 패권 야욕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미국보다는 경제적 실익이 큰 중국에 대해서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에게는 안보적으로, 중국에게는 경제적으로 접근하면서 실리를 챙기면서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 인도도 일본과 유사한 입장을 견지한다. 오히려 미국이나 중국, 심지어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기회를 노린다. 이상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관점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美·中 무역협상을 단지 방관자로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실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막연한 잣대로 손해만 있다고 낙심만 할 것인 아니라 현재 진행상황과 결과에 대한 진단을 정확히 예측해내면 건질 수 있는 이익도 적지 않다.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alexlee@ajunews.com

이수완 alexlee@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