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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맛과 식품의 과학] 멘톨은 왜 시원한 느낌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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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0년 박하사탕이라는 영화가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은 박하사탕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박하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 페퍼민트 등과 더불어 민트류에 속하는 허브 식물이다. 민트류 잎에 많은 양의 멘톨이 있고, 멘톨은 특유의 청량감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민트(멘톨)는 사탕, 껌, 초콜릿 등 여러 식품과 잎의 형태로 요리에도 쓰이지만 구강청결제와 치약, 파스, 근육통 연고, 담배에도 쓰인다. 세계적으로 멘톨은 1만t 넘게 생산되며 가장 인기 있는 허브 중 하나이다.

오래전부터 민트가 청량감을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정확히 몰랐다. 2002년 구체적인 기작이 밝혀졌는데 바로 TRPM8라는 온도수용체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몇 종의 온도수용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TRPA1, TRPM8, TRPV1이다. TRPA1은 가장 차가운 온도를 감각하고, TRPM8는 시원한 온도, TRPV1은 뜨거운 온도를 감각한다. 우리 몸의 온도수용체는 원래 목적인 온도에만 반응해야 할 텐데, 우연히 몇 가지 화학분자는 이들 온도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고추의 매운맛인 캡사이신이다. 고온을 감각하는 TRPA1과 결합해 화끈함(Hot)을 준다.

매운 자극이 미각과 다르다는 것은 굳이 이런 수용체를 몰라도 알 수 있는 힌트가 있다. 맛 성분처럼 혀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에는 맛수용체가 없어 소금이나 설탕을 몸에 바른다고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온도수용체는 온몸에 있기 때문에 고춧가루가 눈이나 예민한 부위에 닿게 되면 지나치게 화끈한 통증이 느껴진다.

멘톨도 온도수용체를 자극하기 때문에 입에서 시원하지만 몸에 발라도 시원하다. 그래서 진통용 파스와 연고에도 사용된다. 따뜻한 물에 멘톨을 녹이면 따뜻함과 동시에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향신료에는 온도수용체를 자극하는 성분이 정말로 다양하게 많다. 겨자나 고추냉이(와사비)의 이소티오시안산염, 계피의 신남알데히드, 마늘의 알리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겨자나 와사비도 맵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극하는 것은 고추와 반대로 가장 차가운 온도를 감각하는 TRPA1이다. TRP형 수용체 중에는 통증과 관련된 자극을 감각하는 것이 많다. TRPA1은 이것 말고도 다른 위험한 분자나 산소의 부족, 이산화탄소의 과잉 같은 위험을 감각하는 역할도 한다. 과학이 밝혀주는 감각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채롭고 유용하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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