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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fn사설] 시늉만 낸 복지부 국민연금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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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4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다. 모두 4개안이다. 1안은 소득대체율(40%)·보험료율(9%) 현상 유지, 2안은 현상유지에 기초연금을 보강하는 내용이다. 3안은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4안은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의 조합이다. 어느 안을 택하든 연금 소진 시기는 현행 2057년에서 달라지지 않거나 겨우 6년 늘어날 뿐이다. 이럴 거면 공연히 연금을 뜯어고친다고 법석을 피울 이유가 있을까 싶다.

1차적으로 연금 개혁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전문가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정치가 덧칠을 하면 된다. 덧칠은 덧칠일 뿐이다. 전문가들이 세운 뼈대는 유지하는 게 좋다. 그래야 연금이 펑크가 안 난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 8월 권고안을 내놨다.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든 또는 높이든 보험료율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보험료 내는 나이를 더 높이고, 연금 타는 나이를 더 늦춰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위원회는 적립배율 1배, 곧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연금으로 들어오는 돈과 연금에서 나가는 금액을 동일하게 맞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 개편안에는 이런 권고가 싹 빠졌다. 대신 정치색이 짙게 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줄곧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복지부가 지난달에 올린 1차 개편안에 퇴짜를 놓은 것도 그래서다. 어쩔 수 없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전문가 의견보다 청와대의 보완 지시를 염두에 두고 최종 개편안을 짰다. 4안에 담긴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러면서도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묶었다. 그 결과는 여론을 의식한 겉핥기식 개혁이다.

기초연금을 보강하는 방안은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2안은 소득대체율·보험료율을 건드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2022년부터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초연금은 다 세금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청년들 어깨만 더 무거워질 판이다.

국민연금 개편엔 고통이 따른다. 요술 방망이는 없다. 더 받으려면 더 내야 한다. 나아가 펑크까지 막으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복지부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땜질식 개편안을 내놨다. 최종적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국회의 몫이지만 오는 2020년 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은 두루뭉술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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