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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멘 ‘최악 인도적 위기’ 끝날까? ‘호데이다’서 휴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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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평화협상에서 구호물자 들어오는 항구 주변 정전 합의

4년째 이어지는 긴 내전에 종지부 찍을 중요한 ‘한발’ 평가

카슈끄지 사건으로 미국의 변화된 중동정책이 휴전 가능케 해



1000만명 이상의 예멘인들을 아사 직전의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내몰고 있는 내전의 두 당사자가 평화를 위한 중요한 한발을 내디뎠다. 4년 넘게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이 구호물자가 들어오는 최대 항구인 호데이다 주변에서 군대를 물리고 휴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부터 내전을 벌여온 하디 정부군과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후티 반군이 13일 스웨덴 림보에서 만나 양쪽 군대를 예멘의 최대 항구인 호데이다에서 철수하고 그 일대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예멘으로 향하는 구호 물자의 70%의 통로인 호데이다는 현재 후티 반군의 점령 아래에 있다. 그로 인해 항구의 탈환을 노리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져 왔다.

전투가 격화되자 최악의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다. 유엔 등의 구호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예멘 인구 2900만명 가운데 2400만명이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 받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또 1600만명은 깨끗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대량 아사 같은 끔찍한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외신들은 정부군 쪽 칼레드 야마니 외무장관과 후티 반군의 무함마드 압델살람 대표가 13일 스웨덴 서부 도시 림보에서 정전협정에 합의한 뒤 악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합의를 “5년에 이르는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유엔이 주도해온 평화 정착 노력이 만들어낸 첫번째 의미 있는 돌파구”라 평했다.

이 합의에 따라 호데이다에선 수일 내에 후티 반군과 정부군이 철수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한 부대가 주둔하게 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과정에서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후티 반군은 또 예멘의 다른 주요 항구들인 살리프와 라스이사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으로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동의 최대 ‘적대국’인 이란을 포위하기 위해 사우디의 잔혹한 예멘 내전 개입을 용인해왔다. 미국의 태도는 카슈끄지 사건이 드러난 직후인 10월 말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0월30일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예멘 내전에 대해 “우린 후티 반군과 (이들을 공격하는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 등 모든 당사자들이 11월 스웨덴에 모여 해결책을 찾길 호소한다. 지금은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11월 중에 제3국에서 신뢰 형성을 위한 실질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상원은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정전 합의안이 나온 13일 사우디가 이끄는 아랍연합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011년 3월 ‘아랍의 봄’ 이후 시작된 예멘의 혼란은 2015년 3월 사우디의 군사 개입 이후 본격적인 내전으로 발전했다. 내전은 같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사우디가 중동의 패권을 놓고 겨루는 대리전으로 번진 상태다. 그러는 사이 민간인 6660명을 포함한 1만여명이 숨졌고, 1000만명 넘는 이들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다. 또 혼란을 피해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몰려들어 한국 사회에 이들을 둘러싼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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