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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갈수록 뜨거워지는 대형 SUV 경쟁 팰리세이드 인기에 트래버스(한국GM)·X7(BMW)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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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가 야심작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면서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GM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링컨 등 수입차 업체도 대형 SUV 신차를 준비 중이라 소비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매경이코노미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쌍용 ‘G4 렉스턴’, 기아 ‘모하비’, 현대 ‘팰리세이드’.


▶국산 대형 SUV 경쟁 후끈

▷팰리세이드 대박 조짐 기아·쌍용 긴장

대형 SUV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차량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LA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LA오토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해 팰리세이드에 대한 큰 기대를 보여줬다.

팰리세이드는 2015년 10월 베라크루즈 단종 이후 현대차가 처음 선보이는 8인승 SUV 모델이다. 현대차가 기존에 판매했던 맥스크루즈, 베라크루즈를 계승하는 모델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대형 SUV라 눈길을 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LA오토쇼 현장에서 “잘 나왔다. 기대가 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부 디자인은 그물망 모양 대형 그릴과 분리형 헤드램프, 수직으로 연결된 주간주행등으로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헤드램프와 통일감을 강조한 수직적이고 독특한 리어램프 디자인을 갖췄다.

팰리세이드는 무엇보다 실용성,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장 4980㎜, 전폭 1975㎜, 전고 1750㎜, 휠베이스 2900㎜로 역대 현대차 SUV 중 가장 크다. 실내공간을 넓혀 동급 최대 레그룸(1077㎜)을 갖췄다.

보통 SUV 차량은 3열에 성인이 탑승하기 어려웠지만 팰리세이드는 넉넉한 3열 헤드룸을 확보해 성인이 타도 불편함이 없다. 트렁크 측면에 위치한 3열 ‘파워 폴딩 시트 버튼’을 통해 3열 좌석을 편리하게 접고 펼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1297ℓ로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3열 시트 후방에는 28인치 캐리어 2개나 골프백 2개를 실을 수 있다.

연비도 디젤 2.2 기준 12.6㎞/ℓ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가솔린 3.8모델은 295마력으로 동급 최대 출력을 자랑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 ‘HTRAC’을 적용해 주행 성능을 높였다.

각종 편의 기능도 눈길을 끈다. 차로 유지 보조(LF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안전 하차 보조(SEA), 후석 승객 알림(ROA) 등 ‘첨단 지능형 주행 안전기술(ADAS)’이 대거 적용됐다. 특히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 일반도로에도 적용돼 안전성을 높였다. 4개 바퀴 중 일부가 눈길에서 헛돌거나 공중에 떴을 때 상대적으로 접지력이 높은 나머지 바퀴에 동력을 집중시켜 험로 탈출을 도와주는 ‘스노 모드’도 탑재됐다.

이뿐 아니다. 세계 최초로 천장을 통해 실내 공기를 확산시켜 1열부터 3열까지 고르게 공기를 순환시키는 ‘확산형 천장 송풍구(루프 에어벤트)’, 운전석에서 2·3열까지 독립적으로 에어컨을 조절할 수 있는 ‘3존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까지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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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플래그십 SUV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 가격은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디젤 2.2모델이 3622만~4227만원, 가솔린 3.8모델은 3475만~4080만원으로 중형 SUV 싼타페와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높은 트림(디젤 프레스티지 4177만~4227만원)에 선택 가능한 옵션(727만원)을 다 더해도 4904만~4954만원으로 5000만원이 넘지 않는다. 동급 수입 SUV 대비 500만원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이 덕분에 벌써부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11월 29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3468대 실적을 올렸다. 포드 익스플로러 등 동급 수입 대형 SUV의 5개월 치 판매량에 가까운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펠리세이드의 높은 상품성과 넓은 실내공간, 합리적인 가격을 고객들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필두로 국내뿐 아니라 북미 SUV 시장 공략에 힘쓸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을 포함한 SUV 판매 비중은 65%(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단 비중이 65%였지만 상황이 180도 바뀐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미국 시장 라인업은 노후화된 세단에 집중돼 판매량이 주춤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현대차의 북미 시장점유율도 2011년 5.11%에서 올 3분기 말 3.7%까지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시장에 선보인 중형 SUV 싼타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만큼 팰리세이드가 미국 판매량 회복을 좌우할 중요한 신차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GM도 북미에서 판매 중인 대형 SUV ‘트래버스’를 내년 상반기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트래버스는 전장이 5m가 넘는 거대한 차체를 자랑한다. 3열 레그룸은 850㎜에 달하고 트렁크 적재 용량도 최대 2781ℓ로 넉넉한 공간을 갖췄다. 최고 출력 310마력의 3.6ℓ V6 가솔린 엔진과 최고 출력 257마력을 내는 2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담겼다.

대형 SUV 신차가 쏟아지면서 기존 업체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국내 대형 SUV 시장은 사실상 기아차 ‘모하비’와 쌍용 ‘G4 렉스턴’의 양강구도였다.

모하비는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차량으로 유명하다.

2008년 첫해 8889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지만 2010년 판매량이 5666대로 급락했다. 급기야 2015년 9월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 시행을 앞두고 단종까지 고려됐다. 하지만 마니아층 지지 덕분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치며 2016년 한 해 1만4972대 판매돼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에는 1만5205대 팔려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보통 신차가 등장한 직후에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지만 모하비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 눈길을 끈다.

모하비는 국내 유일의 후륜구동 기반 프레임 보디 타입 대형 SUV다. 국산 SUV 중 가장 배기량이 높은 3ℓ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수차례 이어진 연식 변경에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반영하면서 고급 내장재, 편의장비를 대거 적용한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G4 렉스턴은 쌍용자동차의 야심작이다. 쌍용차는 42개월의 개발 기간에 3800억원의 개발 비용을 투입해 G4 렉스턴을 선보였다. 지난해 출시 후 9개월여간 1만5000여대를 팔았고 올 1~10월 판매량이 1만3988대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결은 성능이다. 뉴 e-XDi220 LET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 출력 187마력, 최대 토크 42.8㎏·m를 발휘한다. 전장이 4850㎜로 5m에 가깝고 전폭 1960㎜, 전고 1825㎜, 휠베이스 2865㎜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세단은 물론 웬만한 SUV보다 차체가 높아 트럭에 올라탄 느낌도 든다. 탁 트인 시야감 덕분에 꽉 막힌 도로에서도 답답하지 않다.

그동안 모하비와 G4 렉스턴이 대형 SUV 시장을 잠식했지만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신차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들 업체는 2019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수성에 나섰다.

기아차는 2019년형 모하비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카카오i’를 탑재했다. 그 덕분에 내비게이션 검색 편의성과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 원격제어, 안전보안, 차량관리, 길 안내 등이 가능한 텔레매틱스 시스템 ‘UVO(유보)’의 무상 사용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쌍용차도 각종 편의사양을 강화한 2019년형 모델을 내놨다. 키를 소지한 채 손을 가볍게 터치만 해도 차량 문을 열거나 잠글 수 있는 ‘터치 센싱 도어’ 기능을 추가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형 SUV 모델이 많지 않아 모하비, G4 렉스턴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팰리세이드, 트래버스가 등장하면 국내 대형 SUV 경쟁구도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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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도 대형 SUV 경쟁

▷BMW X7·링컨 올 뉴 에비에이터 출격

국산뿐 아니라 수입차 업체도 대형 SUV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BMW는 최근 SUV 라인업 중 가장 덩치가 큰 ‘X7’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X7 i퍼포먼스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개발된 대형 SUV 모델이다.

전장 5151㎜, 전폭 2000㎜, 전고 1805㎜, 휠베이스 3105㎜에 달하는 거대 차체에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갖췄다. 최고 출력 340마력의 3ℓ 가솔린 엔진과 462마력 4.4ℓ V8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M퍼포먼스 모델인 M50d는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77.5㎏·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총 7명이 탈 수 있는 3열 시트로 설계됐고 BMW 전통의 전면부 키드니 그릴이 커지는 등 독창성 있는 외관을 갖췄다. 오프로드 패키지를 옵션으로 선택하면 모래밭, 자갈길, 돌길, 눈길 등 네 가지 주행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 열리는 서울모터쇼를 통해 정식으로 공개된다.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도 지난 3월 뉴욕모터쇼에서 선보인 대형 SUV 콘셉트카 ‘에비에이터’의 양산형 모델 ‘올 뉴 에비에이터’를 LA오토쇼에 내놨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등장한다.

가솔린 모델은 V6 트윈 터보 3ℓ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출력 40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엔진에 배터리 구동 전기모터를 더해 최고 출력 450마력의 힘을 낸다.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 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폰 애즈 어 키’ 기능이 처음 적용됐다.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의 28개 스피커를 통해 마치 콘서트홀처럼 풍부한 사운드를 담은 것도 매력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인다.

아우디 대형 SUV ‘Q8’도 관심을 끄는 모델이다. 4990㎜에 이르는 긴 전장과 2000㎜ 전폭, 1710㎜의 넉넉한 전고를 갖췄다. V6 3.0 TDI 엔진을 통해 최고 출력을 286마력까지 끌어올린다. 정지 상태에서 단 6.3초 만에 시속 100㎞까지 속도를 내고 최고 속도는 245㎞/h에 달한다. 렉서스는 이번 LA오토쇼에서 대형 SUV ‘LX’의 한정판 모델인 ‘LX 인스퍼레이션’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이바흐 브랜드 최초의 SUV ‘마이바흐 GLS’를 선보였다.

수입 대형 SUV 신차가 쏟아지면서 기존 수입차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포드 ‘익스플로러’,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 등이 국내 수입 대형 SUV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앞으로는 ‘춘추전국’ 시대로 바뀔 전망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국내 수입 SUV 시장 최강자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만 총 6021대 판매돼 2016년(4739대)보다 27%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9월까지 5310대, 월평균 600대가량 꾸준히 팔려나간다.

익스플로러는 전장 5040㎜, 휠베이스 2860㎜로 대형 SUV에 걸맞은 큰 덩치를 갖췄다. 엔진은 가솔린뿐이다. V6 3.5ℓ 가솔린 자연흡기, 직렬 4기통 2.3ℓ 터보엔진을 사용한다. 2.3ℓ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 274마력, 최대 토크 41.5㎏·m에 달한다. 가격은 2.3ℓ 에코부스트 리미티드가 5790만원, 3.5ℓ V6 리미티드는 5540만원이다. ‘수입 SUV 중에서도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다.

럭셔리 SUV 모델 중에서는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가 인기다. 올 뉴 디스커버리는 전 세계에서 120만대 이상 판매된 디스커버리의 풀체인지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등장 이후 6개월 만에 1345대 판매됐다.

대형 SUV답게 4970㎜ 차체에 7인승 구조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3열에 키가 큰 성인이 탑승해도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수하물 적재 공간도 최대 2406ℓ로 동급 최고 규모다. 세계 최초 스마트폰으로 2·3열 좌석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시트 폴드’ 기능을 적용했다. 도어 잠금, 해제뿐 아니라 실내 온도 조절 등 차량 제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판매 가격은 8560만~1억95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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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시장 급성장

▷2022년 5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듯

국산·수입차 업체가 너도나도 대형 SUV 모델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괜찮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 국내 대형 SUV 시장 규모는 연 3만대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넉넉한 공간을 찾는 대가족 수요가 늘면서 향후 5만대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국내 대형 SUV 시장은 올해 2만8000대 규모에서 2022년 5만5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형 SUV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진다. 국내 중대형 SUV 판매량은 2012년 3만674대에서 지난해 9만8493대로 급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중대형 SUV 판매량은 13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대형 SUV 신차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완성차 업체마다 단가가 높은 대형 SUV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대형 SUV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그래픽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7호 (2018.12.12~1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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